제23회 동계올림픽이 폐막되었습니다. 2월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대한민국의 평창, 강릉, 정선 등에서 설상 종목, 빙상 종목, 슬라이딩 등 15개 분야 102개 종목에서 100개가 넘는 금메달을 놓고 개최된 이번 대회는 지난번 소치 올림픽보다 4개국이 더 많은 총 92개국의 2,925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동계올림픽이었습니다. 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14개를 포함 도합 39개의 메달을 딴 노르웨이가 종합성적 1위를 차지 했으며, 독일, 캐나다, 미국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주최국인 한국은 선수 146명을 포함하여 총 221명이 참가하여 6개 종목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 등 도합 17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7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은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고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렴대옥-김주식 조가 13위를 차지한 것이 최상의 성적이었지만, 북한은 두 가지 이유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첫째, 북한은 선수들의 기량과는 무관하게 대규모 인원을 파견하여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는 물론,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대화를 제안하고 올림픽 참가를 선언하는 등 북한의 평화공세를 한국정부가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북한은 태권도 시범단, 공연단, 공연시설 사전 점검단, 응원단, 고위급 대표단 등 갖가지 임무를 띤 500여 명의 인원들을 남쪽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이런 난리법석에 비하면 북한 선수단이 거둔 성적은 너무나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출전자격을 가진 선수가 거의 없는 북한이 이토록 급작스럽게 올림픽에 참가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북한의 요구들을 대폭 수용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평창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당사국들의 고위급 인사들이 조우하는 핵외교 무대가 되었고,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잠시나마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폐막식에 참가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조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바로 만찬장을 떠남으로써 김여정과의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방카 고문 역시 김영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바흐 위원장은 순수한 스포츠 제전에 되어야 할 올림픽을 지나치게 정치화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계인이 북한을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올림픽 이후 평양정권의 행보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세계는 평창에 이어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핵대화가 열릴 것인가를 주목하고 있으며, 대화가 열린다면 양측이 합의하는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폐막식에 참가한 김영철은 “미국과의 대화의 창을 열려 있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적절한 여건이 갖추어져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 1월 24일 강력한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발표함으로써 ‘최대한의 대북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정권이 ‘핵보유 기정사실화’와 ‘국제제재 극복’을 당면한 최대 목표로 삼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때문에 미북 간 핵대화가 열리더라도 북한이 일단 핵보유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핵대화는 시작과 동시에 결렬될 것이 뻔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부분적인 핵동결, 예를 들어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의 시험발사 중단, 핵실험 중단 등의 조치만을 취하는 대가로 미국에게 대북제재 해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타결점이 아닙니다. 이는 기존의 북한 핵무기들과 수많은 미사일들을 인정하는 것이 되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단 하나입니다. 북한정권이 핵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한국 국민은 한국정부가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준 이후 북한이 보여준 행보들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북한 공연단은 한국 가요를 부른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연상하게 하는 ‘J에게’라는 노래를 불렀고, 북한 응원단은 젊은 시절 김일성 주석을 닮은 가면을 쓰고 응원을 했습니다. 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체제선전을 위해 조그만한 틈이라도 활용하려 했던 것입니다. 폐막에 즈음하여 보낸 고위급 대표단도 그렇습니다. 한국 국민은 북한이 오랫동안 대남공작을 지휘하는 정찰총국장으로서 2010년 천안함 폭침을 비롯한 많은 대남도발을 통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무수한 해킹도발을 자행해온 김영철을 보낸 것 자체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으며, 김영철 일행이 워커힐 호텔에 머문 것에 대해서도 불쾌하게 생각했습니다. 워커힐 호텔은 6.25 전쟁때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월튼 헤리스 워커(Walton H. Walker) 미 육군 8군 사령관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호텔입니다. “Stand or die, 즉 ”사수하느냐 죽느냐의 선택 뿐이다”라는 말은 그가 1950년 낙동간 전선을 사수하면서 장병들에게 내린 명령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대남도발의 총책을 지낸 사람이 고위급 대표로 와서 워커힐 호텔에 머무른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진정 핵을 포기하고 남북화해를 원한다면 이런 식의 잔머리를 굴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과 세계 모든 나라들은 평창 이후 북한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평창의 메인 스타디움을 밝힌 올림픽 성화는 꺼졌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숨을 죽이고 북한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화해협력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고 또 다시 전쟁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