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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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결해 있던 러시아군이 침공을 개시함으로써 그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도박’이 시작되었습니다. 러시아가 작은 이웃나라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입니다. 1991년 소련연방 해체와 함께 독립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30년간 누려온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강력히 저항하고 있지만 역부족일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2014년 크리미아 반도 합병 때와 같이 러시아계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동부의 돈바스(Donbas) 지역에서 친러 반군이 선포한 도네츠크공화국과 루간스크공화국을 승인한 뒤 러시아로 합병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합병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떤 결말로 가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질서에 큰 충격을 주면서 전쟁 당사국과 많은 관련국들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며, 푸틴 대통령 스스로도 불확실한 시험대에 올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중 간 ‘신냉전’과 유럽에서의 미·러 간 ‘작은 신냉전’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2월 4일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성명을 통해 ‘나토확장 반대’와 ‘대만독립 반대’를 표방한데서 보듯 일단 중∙러 결속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나토와 서방국가들의 단결을 촉발하여 ‘독재세력 대 민주세력(autocracies vs. democracies)’ 또는 ‘대륙세력 대 해양세력’이라는 대결구도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나토 회원국, 호주, 일본, 대만 등 서방국가들이 일제히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과 세계 각지에서 침략을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과거 미·소 냉전시대의 산물인 ‘철의 장막’이 다시 내려질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팽창주의를 앞세우고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죽의 장막(bamboo curtain)과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함께 내려진 가운데 양대 세력이 대치하는 본격적인 신냉전(Neo-Cold War)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푸틴 대통령의 도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전쟁을 시작한 가장 큰 명분은 나토의 동진(東進) 문제입니다. 1991년 소련연방 해체와 함께 공산진영의 동맹체인 바르샤바동맹기구가 해체된 것과는 달리 1949년 12개국으로 출발했던 나토(NATO)는 현재 30개 나라로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소련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신생국들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면서 나토와 러시아 사이 완충지대의 필요성을 역설해왔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였다는 점도 강조해왔습니다. 그래서 2019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부가 나토 가입 방침을 천명했을 때에도 강력한 불용 의사를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나토의 확대에 대한 방어적 행동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푸틴은 2020년 개헌으로 3연임 재임을 금지하는 조항을 폐기함으로써 영구집권의 길까지 터놓은 절대적 권력자입니다. 따라서 이번 전쟁이 내셔널리스트이자 범슬라브 민족주의자인 푸틴 대통령이 소련제국의 영광 재현을 위해 취한 공세적 행동이라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러시아는 세계의 절반을 호령했던 과거 소련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GDP는 한국보다 조금 작은 1조 6,500억 달러로 세계 11위며, 미국의 1/14 그리고 중국의 1/10에 지나지 않습니다. 1인당 GDP도 한국의 1/3 수준입니다. 물론 루블화 경제권인 러시아의 경제력이나 국방비를 달러화로 환산해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며, 구매력평가기준(PPP)로 계산하면 러시아의 순위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소비에트 시절에 비해 현저하게 축소된 경제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대등한 핵군사력을 유지하면서 유럽의 작은 신냉전을 주도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미 러시아 곳곳에서 반전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푸틴 대통령의 국내정치 입지도 약화될 전망이며 서방세계의 금융제재, 경제제재, 수출봉쇄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면 더욱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소련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1만 5천여 명의 전사자와 5만 4천여 명의 부상자를 기록하고 1989년 철수했고, 1980년대 동안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의 전면적 핵공격도 막아내는 우주방어계획(SDI)에 착수하자 소련은 이를 돌파하는 신무기 개발에 막대한 국력을 쏟아 부었는데, 그것이 소련경제의 파탄과 1991년 소련연방 해체에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요컨대, 많은 경제적·정치적 압박을 느끼면서 감행된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도박이 언제까지 또는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최대 관심사일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