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 우크라이나에 쏠린 시기에 북한이 연거푸 세 번이나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금년들어 열 번이나 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합참의 발표에 따르면 2월 27일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거리 300km에 고도 620km를 그리고 3월 5일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거리 270km에 고도 560km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합참은 북한이 3월 16일 발사한 발사체는 제대로 상승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두 번의 발사 이후 정찰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기 위한 시험발사라고 했습니다. 3월 6일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이 정찰위성개발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한 시험을 진행하였다”면서 “위성자료 송수신 및 조종 체계와 지상의 위성관제 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을 대동하고 국가우주개발국과 서해위성발사장을 직접 시찰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3월 11일 조선중앙통신의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하여 “우주 강국의 꿈과 포부가 묻혀 있는 우주 정복의 전초기지”라고 하면서 앞으로 다양한 운반로켓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다목적 위성들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는 발사장 시설, 로켓 조립 시설, 연료주입 시설, 발사 관제시설, 로켓엔진 시험장, 운반로켓 수송시설 등을 개건 또는 확장하라는 매우 구체적인 지시를 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 당국은 두 가지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것 자체가 미사일 활동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 1695호(2006)와 핵 및 미사일 활동을 금지한 2087호(2012) 등을 위반하는 것이며, 설령 위성발사를 위해 발사체를 쏘았다 하더라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모든 발사를 금지한 1874호(2009)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둘째, 북한은 이번 두 번의 발사를 군사용 미사일이 아닌 위성발사 활동이라고 발표했지만, 외부 군사전문가들의 해석은 많이 다릅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와 로켓 이동 레일 등을 갖추고 있는데,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것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사실상 동일한 기술이기 때문에 약간의 개선공사를 한다면 신형 ICBM 등 대형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미 군 당국자들은 2월 27일과 3월 5일에 발사된 것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화성-17형)과 동일하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당시 화성-15형보다 더 길고 직경도 더 큰 화성-17형은 22개의 바퀴가 달린 초대형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려 열병식에 나타났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2021년 1월에 열린 8차 당대회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군사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던 사실, 금년 1월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2018년의 모라토리엄 약속을 철회할 수 있다고 한 사실,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로운 시설이 건설되고 있는 정황 등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과 정황을 종합하여 그들은 북한이 ICBM의 실전배치를 위해 위성발사를 빌미로 ICBM 시험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김일성 주석 탄생 110주년인 4월 15일을 전후한 시기에 핵실험 또는 ICBM 발사가 재개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유엔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에 열린 안보리 긴급이사회에서 러시아는 자국군의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무산시켰습니다. 이후 3월 2일 긴급 유엔 특별총회가 러시아군 철군 촉구안을 찬성 141표로 통과시켰지만, 안보리 결의와 달리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러시아, 벨라루스, 북한, 시리아, 에리트레아 등 5개국이었으며 중국, 인도, 이란 등은 기권했습니다. 중국도 지난 1월 20일 북한의 미사일 활동에 대한 추가 제재를 위해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채택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이렇듯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비토권을 악용하고 북한이 이를 틈타 핵무력을 증강하는 사태가 지속되면서 유엔무용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엔이 무력화되면 남는 것은 강대강 경쟁이며 냉전시절의 유산인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이 다시 내려지고 세계는 양분될 것입니다. 이것이 인류가 바라는 바는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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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