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주를 넘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이 정도로 버틸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현재 러시아군은 3면에서 공세를 취하면서 수도 키이우를 포위 압박하고 있고, 인근 국가들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3백만 명을 넘었으며, 극초음속미사일까지 동원한 러시아군의 공격과 포격으로 민간인 거주지역은 물론 병원들까지 파괴되어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함락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를 사수하고 있으며 여전히 주요 거점들을 지키면서 결사항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초조함을 드러내는 정황들도 눈에 띕니다. 막대한 병력 및 장비 우세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군 사상자가 1만 명을 넘어가면서 러시아는 핵무기 운용부대를 대기태세에 들어가게 함으로써 핵사용 가능성을 시사했고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쳤습니다. 3월 8일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가 미국 자금을 받아 생물무기 부품을 개발하고 있었다”고 발표했고 지난 12월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가 도발을 저지르기 위해 정체불명의 화학물질들을 이동시켰다”고 했습니다. 나토는 이 발언들을 러시아가 필요시 생화학무기를 사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먼저 생화학 공격을 한 것처럼 보이는 자작극을 벌이려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가 이토록 처절한 저항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크라이나인들은 근대역사의 대부분을 러시아의 일부로 살아왔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들을 모스크바공국의 가계와는 달리 코사크 민족의 정기를 이어받은 키예프공국의 후예들로 생각하며, 러시아정교와 다른 종교를 가지고 러시아어와 다른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복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민족적 요구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탄압했습니다. 이는 마치 중국이 한국이나 북한을 중국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인들이 결사항전하는 더 큰 이유는 소련 공산주의 치하에서 겪은 악몽입니다. 1920년대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 이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콜호스’라고 불리는 집단농장 체제를 강요했고, 그 결과 곡물생산은 급감했습니다. 내 땅과 내 가축을 모두 국가에 빼앗긴 후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땅을 갈고 가축을 기르면서 전체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은 정해진 이치입니다. 게다가 소련은 수확량의 40%를 정부에 바치게 했고, 거역하는 농부들을 무자비하게 처벌했습니다. 그 결과 1930년대 초반 우크라이나는 350만 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을 겪었습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제국 시절부터 받아온 차별과 공산주의 치하에서 겪은 배고픔을 기억합니다. 이것이 1991년 독립을 쟁취한 이유였고 오늘날에는 독립과 그 이후 30년간 누려온 자유를 지키기 위해 죽도록 싸우는 이유인 것입니다.
러시아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뿐이 아닙니다. 스탈린은 유목생활을 하는 카자흐스탄인들을 강제로 정주시키고 집단 목축제도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150만 명이 아사하는 사태를 겪었습니다. 그랬던 카자흐스탄이기에 1991년 소련연방이 붕괴되던 시기를 놓치지 않고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리투아니아도 그랬습니다. 세 나라 모두를 합쳐도 한반도보다 작고 인구도 800만 명에 불과한 소국들이어서 오랜 역사 동안 게르만, 폴란드, 나치독일 등 타민족의 통치를 받았고 18세기 이후 대부분의 시기동안 러시아의 일부로 압제를 받으면서 살았습니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이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각각의 민족이듯 이 세 나라도 별개 언어와 문화를 간직한 민족들입니다. 이들은 1991년 소련에서 이탈 독립한 후 나토에 가입했습니다. 이들 국가에도 러시아계 인구가 일부분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를 빌미로 “발트3국도 러시아의 일부다”라는 주장을 앞세워 침공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은 나토군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우크라이나의 항전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리고 그 전쟁의 끝은 어디인지를 궁금해 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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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