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북한이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금년 들어 11번째 미사일 발사였습니다. 이 미사일은 67분간 비행하면서 최대 고도 6,248㎞에 비행거리 1,090㎞를 기록했습니다. 정상 각도로 발사되면 13,000km를 날아 미국의 동부까지 타격권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어쨌든 대륙간탄도탄(ICBM) 능력을 입증한 셈입니다. 이로서 2018년 북한이 평화공세를 펼치면서 발표했던 모라토리엄 즉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은 파기되었습니다. 3월 26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위대한 인민의 긍지가 하늘땅을 차 넘친다”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주체적 힘의 응결체, 자력갱생의 창조물, 공화국 전략무력의 핵심 타격수단, 믿음직한 핵전쟁 억제수단’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ICBM 발사를 자축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져올 파장과 더욱 힘들어질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것이 정녕 북한이 환호하고 경축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북한의 ICBM 무기화는 글로벌 차원에서 만만치 않은 파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 나토 회원국들은 불안을 느끼고 국방력 증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북한의 ICBM 무기화는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자극할 것입니다. 당장 일본의 재무장 발걸음이 빨라질 것입니다. 지난 27일 니혼게자이 신문과 TV 도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재배치하여 공유하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일찍부터 비핵 3원칙, 즉 “핵무기를 제조∙보유∙반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해온 일본인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본토로부터의 공격을 우려해온 대만의 불안도 가중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국들이 모두 핵무장을 선택하는 새로운 핵확산 회오리를 몰고 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도 불가피하게 군사적 대응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했던 24일 한국군은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단거리 지대지 전술미사일, 해성-Ⅱ 함대지 미사일,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등을 발사하는 맞불을 놓았습니다. 26일에는 한국 공군이 F-35스텔스기 28대를 활주로에 도열시켜 이동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즉 ‘코끼리 걸음’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것은 유사시 많은 전투기들을 신속하게 출격시키는 훈련입니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원점과 지휘·지원시설 등을 정밀 타격할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북핵 두둔으로 유엔 안보리가 무력화되고 있는 현상도 그렇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을 저지해주는 것이나 중국이 기존의 안보리 결의들을 위배하면서 뒷문으로 북한에게 전략물자들을 제공하는 것은 일견 북한이 핵무력을 증강하도록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멀리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불량국가들(pariah states)의 위험한 행동을 제어하는 유엔의 역할이 무력화된다면, 결국은 ‘유엔 무용론’이 제기되고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을 배제하는 새로운 국제기구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는 이들 국가들의 고립이 심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양은 핵무력을 ‘공화국을 지키는 억제력’ 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은 모두 세계와 교통하고 교역을 하면서 부를 창출하며 1인당 소득이 북한의 수십 배가 넘는 번영을 누리는 민주국가들입니다. 이들은 결코 고립을 자초하는 전쟁을 원하는 나라들이 아니며,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즉 평양 당국의 주장과는 반대로 북한의 핵무기가 주변국들의 경계심을 자극하여 북한을 고립시키고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핵무력 증강은 국제질서를 흔들고 주변국의 불안을 자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즉 어느 한쪽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손해를 보는 ‘루스-루스’ 게임이며, 장기적으로 본다면 최대 패배자는 북한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국들은 평양 당국이 핵무기를 버리고 다른 나라들과 함께 이득을 보는 ‘윈-윈’ 관계를 맺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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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