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9회 서해수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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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3월 22일 경기도 평택의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는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엄수되었습니다. 서해수호의 날은 1999년과 2002년에 있었던 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다가 산화한 55명의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2016년부터 3월 넷째 금요일에 개최하고 있습니다. 기념식에는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 장병, 윤석열 대통령과 강정애 보훈부 장관, 군 지휘관 등이 참석하여 서해수호 영웅들의 숭고한 뜻과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1차 연평해전은 1999년 6월 15일 북방한계선 남쪽 연평도 인근에서 남과 북의 함정들이 벌인 해상 전투입니다. 당시 북한은 6월 7일부터 어선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경비정을 북방한계선 너머로 침투시켰다가 철수하는 것을 반복했으며, 15일에는 경비정 7척이 또 다시 넘어와 선제사격까지 가해옴에 따라 한국 고속정들은 차단기동과 대응사격으로 대응했습니다. 이 교전으로 북한 경비정 1척이 격침되고 5척이 크게 파손되어 퇴각했고 한국 고속정 5척이 경미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은 6월 29일 북한 초계정 2척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여 이를 경고하려 접근한 한국 해군의 참수리 357호 고속정에 기습 사격을 가하면서 발발했습니다. 이 교전에서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했고, 북한군도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초계정 등산곶 684호는 반파된 상태로 퇴각했습니다.

천안함 폭침은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이 백령도 해상에서 정상 작전 중이던 한국의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하여 침몰시킨 사건입니다. 이 도발로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 구조되고 46명이 전사했으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해군의 UDT 대원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습니다. 이후 한국은 호주, 미국, 스웨덴, 영국 등 5개국 전문가들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북한의 어뢰공격을 확인했고 사용된 어뢰의 잔해까지 인양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남조선의 자작극’이라며 딴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같은 해 11월 23일 북한군이 한국 해병대 연평부대의 정례적인 포격 훈련을 시비하여 기습적으로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고 한국 해병대는 북측의 무도와 개머리 포진지에 대응 포격을 했습니다. 이 교전으로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 등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16명과 해병대원 3명이 부상당했는데, 그것이 연평도 포격전입니다.

이렇듯 서해수호의 날은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분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55명 용사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러주는 ‘롤콜(roll-call) 영상’이 방영되었고 36발의 함포 발사와 함께 하늘에서는 22대의 공군기들의 공중분열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천안함 폭침으로 산화한 고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19세 김해봄 씨가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는데, 폭침 당시 다섯 살로써 아버지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김해봄 씨가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호소하자 모든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으며, 윤 대통령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민과 유족 그리고 해군은 말로만 이들 영웅들을 기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태석 원사의 맏딸 김해나 씨는 아버지를 따라 군사안보학과에 진학했고, 제2연평해전 전사자 조천형 상사의 딸 조시은 씨는 부경대 해군학군단에 입학하여 2025년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입니다. 한주호 준위는 경남 진해 해상공원과 그의 모교인 서울의 수도전기공고에서 동상으로 부활했습니다. 한국 해군은 교전수칙도 바꾸었습니다. ‘경고방송-시위기동-차단기동-경고사격-조준격파사격’이라는 5단계 대응에서 '시위기동-경고사격-조준격파사격' 3단계 대응으로 개정함으로써 경고사격 후 퇴각하지 않으면 곧바로 격파사격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은 한국군의 신무기 개발도 촉발했습니다. 해군은 현재 퇴역 중인 150톤급 참수리급 고속정(PKM)을 대체하는 440톤급 신형 유도탄고속함(PKG)들을 윤영하함, 한상국함, 황도현함, 서후원함, 박동혁함 등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이름을 함명으로 정했고, 초계함을 대체할 대구급 호위함(FFG-II) 8척 중 7번함을 천안함으로 명명했습니다. 이로써 1,200톤급 천안함이 막강한 첨단 무기체계로 무장된 2,800톤급 호위함으로 부활한 것입니다. 또 연평도 포격전 이후 한국군은 ‘번개’ 사업을 통해 북한 장사정포 갱도진지 파괴용 사거리 180km의 단거리 탄도유도탄 ‘우레’를 개발했고, 이어서 미국의 하이마스(HIMAS)보다 더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 사거리 80㎞ 천무 다연장로켓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헬기에서 발사하는 탱크 킬러 ‘천검’ 단거리 미사일과 사거리 300km의 ‘천무-2 지대지’ 미사일도 개발했습니다. 이들 무기는 현재 세계 방산수출 시장에서 각광받는 인기품목입니다. 이렇듯 '서해수호의 날'은 북한의 도발 역사와 그것이 가져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머금고 있는 한 서린 역사의 한 조각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