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서해 수호의 날을 제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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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는 제3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엄수되었습니다. 이날 기념식은 천안함 유가족 등 7,000여 명과 군 장병들 그리고 이낙연 국무총리, 송영무 국방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최재형 감사원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각 정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부터 베트남 및 아랍에미리트(UAE)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대신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사랑하는 아들, 남편, 아버지를 가슴에 묻고 아픈 세월을 견디는 유가족 여러분, 산화한 자식을 찾지 못해 보내지도 못하시는 부모님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사시는 부상 장병 여러분께 큰 위로를 드린다”는 말로 기념사를 시작하여 “불철주야 서해를 비롯한 바다와 하늘과 땅에서 국가방위의 사명을 다하는 장병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전사자들이 한 사람씩 호명될 때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기념식 후 참석자들은 서해수호 특별묘역에 마련된 제2차 연평해전 묘역, 천안함 희생자 묘역 등에 헌화하고 묵념했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해군 2함대 천안함 기념관으로 가서 북한 어뢰에 두 동강이 난 천안함을 관람했습니다.

그 동안 서해에서는 북한군의 도발이 끊이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등입니다. 2016년 정부는 이 3대 도발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3월의 네 번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정하고 각종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행사의 일환으로 3월 21일에는 천안함재단이 주최하는 호국보훈 세미나가 열렸으며,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안보를 위한 청년단체인 자유대한청년포럼은 3월 한달 동안 각종 행사를 가지고 서해수호의 참뜻을 되새겼습니다. 청년포럼 회원들은 3월 24일 천안함 기념관으로 안보견학을 다녀온 것을 비롯하여 추모 등산모임, 독서모임, 음악회, 국제정치 스터디 모임 등을 개최했으며, 천안함 폭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SNS 공유 이벤트도 가졌습니다.

한국이 서해수호의 날을 제정하고 기리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서명될 무렵, 동서해의 모든 섬들은 유엔군과 한국군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미 공군이 북한 해군을 철저하게 궤멸시켰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도서를 지킬 수단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엔군측은 정전협정 과정에서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만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휴전선 이북의 섬들을 북한에 넘겨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해군을 재건하면서 도발을 시작했습니다. 북한군은 1973년에 한국 해군의 상륙함과 여객선을 위협하는 서해사태를 일으켰고, 이후 1999년까지 북한의 경비정과 어선들은 끊임없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습니다. 1999년에는 북한의 경비정들이 대거 북방한계선을 침범하여 남북한 20여 척의 함정들이 교전을 벌인 제1차 연평해전을 도발했는데, 이 충돌에서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침몰하고 3척이 대파되었으며, 북한군 다수가 희생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북한은 2002년에 제2차 연평해전을 도발했습니다. 한국군이 선제사격 금지 지시를 받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북한군이 가까이 다가와서 선제포격을 가함으로써 한국해군 장병 6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군의 선제사격 금지 규칙은 삭제되었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도발은 이어졌습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이 열악한 장비로 한국해군과 충돌했다가 실패했던 2009년 대청해전의 앙갚음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자국의 영해에서 정상적인 경비임무를 수행하던 함정을 어뢰를 폭침시키고 46명을 희생시킨 천안함 사건은 천인공노할 도발입니다. 한국이 서해수호의 날을 제정하고 준수하는 첫째 이유는 북한군의 도발 역사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도발로 희생된 호국영령들을 영구히 기리겠다는 것이며, 셋째는 이를 계기로 서해수호의 의지를 다지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남북한은 4월 27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표명과 평화적 제안들을 한국이 수용함에 따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 특사와 공연단의 교환방문이 이루어지는 등 일단 사뭇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접촉과 대화를 지속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대화는 대화이고 안보는 안보입니다.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북 수역은 민족 공동번영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는 곳이지만 다른 어느 곳도 그러하듯 서해에서 우리는 단 한 뼘의 바다도 내놓지 않았고, 앞으로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중에도 북한군이 도발하면 가차없이 응전한다는 것이 한국의 의지이며,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통해 이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