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판문점 선언 2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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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은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축포도 없었고 요란한 기념행사도 없었습니다. 삭막하고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판문점 선언 2주년 기념일이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2년전 4월 27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남북대화 확대, 개성 연락사무소 개설, 8·15 이산가족 상봉, 철로 및 도로 연결 등에 합의했고,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확성기 방송 및 전단살포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군당국자 회담 등에 합의했으며,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는 불가침 재확인, 단계적 군축,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추진, 핵없는 한반도 공동 목표 확인 등에 합의했습니다. 이후 남북관계는 물론 미북 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도 진전을 보이는 듯 했습니다. 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고, 6월 12일에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남북 대화가 시작되었고, 8월 20일 이산가족 상봉, 9월 14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이 이어졌습니다. 9월 19일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동안에는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는 평양 선언이 발표되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군사분야합의서도 서명되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28일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핵보유에 대한 북한의 집착이었습니다. 북한은 결코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지 않았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원했습니다.

이후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되었습니다. 대화는 사라지고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했습니다. 북한은 2019년 동안 13차례나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발사했는데,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에이테킴스 미사일 등을 연거푸 발사하면서 능력을 고도화시켰습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상대의 방어망을 무력화시키는 회피 기동이 가능한 단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러시아가 개발한 것인데, 북한도 이런 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고체연료 잠수함발사미사일의 개발에도 혈안입니다. 2019년 10월 2일 발사된 SLBM은 최고 정점 910km로 고각 발사되었지만, 정상각도로 발사한다면 최대 2,000km의 사거리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8월 10일과 16일에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로 추정되었습니다.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에이테킴스 미사일은 950개의 자탄이 확산되면서 축구장 3~4개 지역을 완전 초토화시킬 수 있는데, 북한도 이런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 발사는 2020년에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3월 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합동타격훈련을 하고 있던 북한군이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발사했는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남북 간 방역협력을 제안한 지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북한은 4월 14일에도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고, 이와 함께 수호이(Su-25) 전투기들을 동원하여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물론,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들어서도 정부는 2032년 올림픽을 서울과 평양에 공동유치하겠다고 의결했고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한 남북협력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판문점 선언 2주년인 4월 27일 국토교통부와 통일부는 강원도 강릉에서 휴전선 코앞인 제진까지 110km의 철도 연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7년 동안 2조 8천억 원을 들여 이 구간 철도를 연결하면 지도상으로는 부산에서 두만강을 지나 러시아와 유럽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이날 청와대 역시 방역·보건 협력, 이산가족 상봉,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북한이 하기에 달린 일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거머잡고 미사일 발사를 지속한다면 남북협력이든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든 될 일이 없어 보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