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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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군사경계선의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이랬다면 이산이라는 단장(斷腸)의 슬픔도 없었을 것이며, 그토록 많은 금쪽같은 아들들이 죽음을 당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국민이 품었던 생각이었습니다. 이날 두 정상은 남북관계 개선, 긴장 완화, 평화체제 구축 등 세 개 분야에서 총 13개 항의 합의를 담은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 분야에서는 과거 합의 이행, 남북대화 확대, 개성 연락 사무소 개설, 8.15 이산가족 상봉, 철로 및 도로 연결 등이 포함되었고, 긴장 완화와 관련해서는 확성기 방송 및 전단살포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NLL 평화수역, 군당국자 회담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서는 불가침 재확인, 단계적 군축,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추진, 핵 없는 한반도 공동 목표 확인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습니다. 기대감이란 항구적인 남북상생에 대한 희망을 의미합니다. 한국 국민은 지난 70년 동안 이어진 북한의 도발과 위기들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으며,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남북상생을 택해줄 것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국 국민들에게 이런 희망을 안겨주었으며,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추진한다는 합의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후속조치 이행에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방부는 이미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했고, 북한은 5월 5일부터 평양시각을 서울시각에 맞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달 중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그것을 국제 사회에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여 보게 하겠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좋은 조짐들입니다.

크고 작은 우려들도 있습니다. 우선은, 판문점 선언에 ‘북핵 폐기’라는 표현이 실종된데 대한 걱정이 큽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핵을 가진 쪽은 북한 뿐입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핵없는 한반도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금까지 핵우산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핵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을 펼쳐왔고, 그것을 두고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해왔습니다. 그래서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남북 모두의 공동목표’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과거 남북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의가 의심스럽고 황당하기도 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낮은 단계 연방제’가 언급되었던 2000년 6.15 선언과 다양한 대북 경협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기로 했던 2007년 10.4 선언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요구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상호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1992년 비핵화공동선언을 준수했더라면 지금의 북핵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하고 수십 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과거 합의들을 이행하자고 하니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휴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 중지에 대해서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사이버 요원들이 한국에 해킹을 하고 여론을 왜곡시키며 북한의 간첩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 중에 북한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대북방송을 중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불평합니다. 또한, 북한이 완전한 핵폐기를 약속하지도 시작하지도 않은 시점에 평화협정을 거론한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즉, 북한이 평화협정을 통해 한미동맹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를 노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남북의 정상들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지만, 아직은 축배를 들 시간이 아닙니다. 이 선언이 완전한 핵폐기와 개혁개방 그리고 인권개선을 향한 평양정권의 진정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핵폐기 의사가 없거나 일부 핵능력만을 포기한다는 속셈을 가지고 시간을 끌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을 모면하려는 것인지, 또는 대한민국의 안보장치들을 해체하고 남조선 혁명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려는 역대급 기만극을 펼치려 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머지 않아 드러날 것입니다. 이제 곧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미북 간 핵대화가 개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한번 국제사회를 기만하여 세계의 공적(共敵)이 될지는 조만간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은 북한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