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한다면, 6월 하순으로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은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 핵질서의 실질적인 관리국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북한이 핵협상 상대국을 미국으로 지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야말로 지난 30년간 동북아와 세계의 불안요소가 되어왔던 북핵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미북 실무접촉을 통해 완전한 핵폐기를 약속했다는 보도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세계는 기대 속에 미북 정상회담을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대로 북한이 진실로 ‘평화를 향한 새 역사’를 열어가고자 하는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를 보여 주어야 하며, 세계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째, 핵폐기는 완전해야 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이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성실한 신고와 폐기 그리고 철저한 사찰이 필수이지만, 북한이 법제도의 개정을 통해 이를 선포해야 합니다. 지금도 북한의 최상위 통치법이라 할 수 있는 유일영도 10대 원칙과 노동당 규약에는 한반도 적화통일을 목표로 명시한 부분들이 그대로 있고, 2012년 개정 헌법에는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법, 즉 2013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7차 회의에서 채택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도 그대로 있습니다. 북한이 진정 남북 화해와 미북 관계 정상화를 통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면 이런 법제도들을 개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인권문제에 관한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북한은 한국인 납북자를 포함한 외국인 납치자들을 석방하고 국제사회에 용서를 구해야 하며, 전쟁 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함구하고 있는 생존 국군 및 유엔군 포로들에 대한 현황을 밝히고 늦지만 이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귀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북한내부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조치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인권유린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정치범수용소들을 폐쇄하고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르지 않고는 함부로 인권이 제약받는 일이 없는 나라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일원으로 인정받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셋째, 핵무기와 함께 지금까지 개발·비축해온 화학무기와 생물무기에 대해서도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현재 세계 최대 화생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화학무기 개발에 착수하여 신의주를 비롯한 십 수개 지역에 화학무기 생산시설, 연구시설, 저장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경작용제인 VX와 사린(GB)가스, 질식작용제인 포스겐(CG), 혈액작용제 등의 화학제 수천 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사시 화학무기를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한군의 각 제대에 화학무기 부대와 투발수단들을 갖추고 있는데, 라포테(Leon LaPorte) 장군은 주한미군사령관 시절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군이 초기에 발사하는 포탄 중 1/3은 화학탄이 될 것이라고 증언한 적이 있습니다.
생물무기 분야에서도 북한은 최강국입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국방과학원 예하에 세균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소와 생산기관을 건설·운용해왔고, 특히 1980년대부터는 일본, 구소련 루마니아 등에서 세균배양용 기구를 도입하고 동독과 세균배양을 협력했으며, 미생물과 유전공학 분야 전문요원 양성을 위해 구소련과 체코에 파견교육을 실시하는 등 세균무기 개발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탄저균, 천연두균, 페스트균, 콜레라균, 보툴리늄 등 10종 이상의 생물작용제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1975년 생물무기금지조약(BWC) 가입국이지만 무기용 생물제와 치료용 생물제의 연구와 생산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악용하여 생물무기를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미북 핵협상 이후에도 이런 화생무기들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핵해결의 의미는 퇴색할 것이며, 북한의 진정성은 의심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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