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은 여러가지 면에서 특별했습니다. 한국 대통령 취임 후 11일 만에 미 대통령이 방한한 것 부터가 특별했고, 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오산 비행장에 도착하자마자 평택의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을 만난 것도 특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70%를 생산하는 반도체 강대국으로서 반도체 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을 경제기술 동맹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답사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3대 반도체 제조업체”라고 지적하면서 “양국이 반도체 협력을 통해 자동차, 인공지능, 5G 기술 등 산업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170억 달러, 즉 약 20조 원을 투자하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는 삼성이 미국에 만든 일자리가 2만 개인데 3천 개의 일자리가 추가된다는 사실에 만족을 표명하면서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의 외교·안보 과제들이 누적된 상태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간접 개입하면서 나토(NATO)와 러시아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중국 견제라는 더 중요한 과제를 위해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절실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중국의 팽창주의 대외기조가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부에게도 크고 작은 동맹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특히 멈출 줄 모르는 북한의 핵무력 증강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방위태세 재확인, 남북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노력 등 한국이 원하는 사항들과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글로벌 공급망 구축,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수립,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 등 미국이 원하는 사안들이 공동성명에 고루 포함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경제기술 파트너십, 북한 비핵화 목표 재확인 등 공동관심사들이 포함된 것도 물론입니다.
특히,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 위협에 대처하는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탄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 확대억제 강화, 연합훈련 복원, 사이버 위협 공동대처 등에 합의했으며,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5일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을 통해 각종 핵병기들을 과시하는 자리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억제이지만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다른 사명을 수행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후 열병식을 담당했던 군 수뇌부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도 “필요하면 핵위협을 포함한 모든 위협을 선제적으로 제압·분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5월 5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도 “전쟁에서 핵무력의 사명은 초기에 전쟁 주도권을 잡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시키는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최고 권력자들이 ‘방어적 핵독트린’에서 더 나아가 ‘대남 선제 핵사용’을 천명한 상태에서 한미 정상들이 북핵 위협과 도발에 대해 확고한 연합방위 태세로 대응하겠다는 결의를 재확인한 것은 매우 유의미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특별하게 만든 또 하나의 사실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5월 20일에서 24일까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즈음에, 막강한 미국 군사력이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Air Force One)과 함께 태평양을 건너온 E-4B 핵전쟁지휘기가 오키나와의 가네다 기지에 대기했고, 레이건함, 링컨함 등 세 개의 항모전단들이 탑재기와 조기경보기를 싣고 한반도 인근으로 집결한 것입니다. 그 직전에는 미 수송사령관이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들과 한국의 왜관에 있는 제19 군수기지를 시찰했습니다. 아마도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와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던 시기라 미국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바이든 대통령이 당장 핵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즉각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 체제 자체를 동반하여 아시아 방문길에 오른 것입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위협과 도발보다는 평화공존을 택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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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