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쇼와 달라지는 한국의 대응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U-2S 고공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U-2S 고공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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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국제사회가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에 6월 5일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한꺼번에 8기를 쏘았습니다. 금년 들어서 18번 째 발사입니다. 이날 북한은 오전 9시 8분부터 35분 동안 평안남도, 함경남도 등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KN-24, 신형전술유도무기 등을 연속 발사했습니다. 한국 합참은 이 미사일들의 비행거리는 110km~670km였고 고도는 25에서 90km 그리고 속도는 마하 3~6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06년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하루에 7기의 미사일을 쏘았는데 이번에 그 기록도 갱신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미사일 발사쇼가 이어지고 있는 중에 최근에는 한국,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들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우선, 한미 양국은 2017년 이후 4년 7개월 만에 항모를 동원한 연합해상훈련을 벌임으로써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경고를 보냈습니다. 미국의 초대형 항모 로날드 레이건함과 한국 해군의 14,500톤급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과 7척의 한미 이지스함 및 순양함들이 6월 2일에서 4일까지 북한 도발에 대비한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점검한 것인데, 이 함정들은 6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서방의 26개국이 참가하여 하와이에서 벌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인 ‘림팩(RIMPAC)’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미 전략폭격기 B-1B 4대가 대기 중인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폭격기는 34톤의 무기를 탑재하여 마하 1.2의 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한반도 유사시 괌에서 이륙하면 두 시간 만에 한반도에 도착하여 폭탄을 투하할 수 있습니다. 6월 6일에는 한미군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8기를 동해 쪽으로 발사했습니다. 이어서 합참은 "북한이 여러 미사일을 쏘더라도 도발 원점과 지휘, 지원세력을 찾아 즉각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6월 7일에는 한미 공군이 신예 전폭기 20여 대를 동원하여 서해 상공에서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서방국가들의 외교적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말엽인 지난 2월 13일 한국의 정의용 외교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등 3국의 외무장관이 하와이에서 만나 중국의 팽창주의 및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조에 합의하고 북한에게 파국으로 치닫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5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5월 21일 윤-바이든 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더욱 선명합니다. 6월 3일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장,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둥 한미일 3국의 북핵 수석대표들이 서울에서 회동하여 북한의 추가 핵실험시 공동 대응할 것을 협의했습니다. 성 김 미국 대표는 “북한 도발 시 동맹을 보호하는 장단기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방국들의 이러한 행보는 중∙러에 의한 유엔 무력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1996년 북한 잠수함 동해 침투 사건 직후에 채택된 안보리 의장성명에 ‘북한’이라는 도발의 주체를 명시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했습니다. 당시 무장공비들이 상륙하여 민가를 약탈하다가 청학산에서 집단 자살했으며, 도망한 한 명은 나중에 전향하여 한국에서 결혼하여 두 딸까지 낳고 살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시에도 안보리 의장성명에 북한이라는 도발 주체를 명시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결국 2010년 7월 9일 안보리는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한다”면서도 도발자를 밝히지 않는 괴상망측한 의장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금년 5월 27일에도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토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어제도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쇼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에 북한이 해외에 밀수출하려던 스커드 미사일 1기의 가격은 280만 달러(약 30억 원)였다고 합니다. 북한이 금년에만 총 31기의 미사일을 동해 바다로 쏘았는데, 1천억 원 이상의 돈을 바다 속으로 던져버린 격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북한 미사일쇼를 바라보는 세계의 눈은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강대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다음날인 6월 6일은 대한민국의 현충일이었습니다.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달라지는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듯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전례 없이 강한 톤으로 비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한 치의 빈틈도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