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의 벽 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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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7일은 6·25 전쟁의 포성을 멎게 한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전쟁 당사국인 남북은 물론 참전국들에서도 각종 기념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한국을 도와 참전했던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한국 보훈처의 후원으로 기념 헌화, 참전용사 상봉, 합창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입니다. 북한은 정전협정일을 ‘전승절’이라고 부르면서 혁명지 답사, 노병 상봉모임, 기념관 참관, 기록영화 관람 등의 행사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도발한 실패한 무력통일 전쟁을 ‘승리한 전쟁’이라고 선전하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건대, 참혹했던 그 전쟁은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인명피해만 보더라도 강산을 피로 물들인 전쟁이었습니다. 한국군은 전사 13만 8천, 부상 45만, 실종 및 포로 4만 3천에 경찰 피해까지 합쳐 63만 명의 전상자를 기록했습니다. 유엔군은 전사 3만 8천, 부상 10만, 실종 및 포로 9만 8천 등 16만여 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는데, 특히 미국은 3만 7천 명의 전사자를 기록했습니다. 민간인 피해도 엄청났습니다. 사망자 24만 5천, 북한군에 의한 학살자 12만 9천, 부상자 23만 등 100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북한군은 93만 명의 인명피해를 입었고, 북한을 도와 참전했던 중공군은 100만 명의 전상자를 기록했습니다.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했고, 전쟁 중에 북한체제를 피해 월남한 사람들이 많아 남한의 인구는 전쟁 전보다 오히려 100만 명 정도가 늘어났습니다. 한반도는 황폐화되었고, 많은 소중한 것들이 파괴되었습니다. 서울의 숭례문과 보신각을 포함하여 전국의 문화재와 사찰들이 소실되었고, 유엔군의 융단폭격을 맞은 평양에서도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한옥들과 고구려 시대의 고분, 금제 장식, 건축물 등이 증발했습니다. 민간인 학살, 납치, 고문, 인민재판 등의 전쟁범죄가 판을 쳤고, 남북 간 심한 적대감 속에 분단이 고착되었습니다. 남북의 산업시설과 경제적 기반도 초토화되었습니다. 광대한 농토가 황무지가 되었고, 무수히 많은 주택, 학교, 교회, 병원, 공장, 도로, 교량 등이 파괴되었습니다. 중국이 입은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도 막대했습니다. 인해전술을 펼쳤던 중공군의 피해가 컸던 것은 불가피했으며, 중국의 경제개발 계획은 10년 이상 미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정전기념일이 더욱 의미 있는 날이 될,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9일 향년 97세로 타계한 6·25 참전 미 육군 윌리엄 웨버(William Weber) 대령과 관계가 있는 일입니다. 웨버 대령은 미 187 공수부대 대위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고 이후 강원도 원주에서 중공군에 맞서 싸우면서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는 부상을 당하고도 분전했던 전쟁영웅입니다. 미군 사령부는 반드시 그를 살리라고 명령했고, 이에 웨버 대령은 서울로 후송된 후 다시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보내져 비행기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후송되어 1년 동안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퇴원 후 그는 인공 팔과 인공 다리를 착용한 상태에서 현역에 복귀해 30년을 더 복무했습니다. 예편 후에는 한국전쟁의 실상과 진실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여생을 보냈는데, 그 노력의 결실로 미국 시간으로 7월 27일 오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 D.C.의 한국전쟁기념공원에서 ‘한국전 참전 미군용사 추모의 벽'이 제막됩니다.

웨버 대령은 예편 후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을 설립하여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을 건립하는 운동을 벌였고, 2016년 미 상하원은 만장일치로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법안(H.R.1475)을 통과시켰으며, 작년 5월 96세 노령의 웨버 대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렸습니다. 건립 예산 2천 420만 달러는 한국 정부의 지원과 민간인 모금으로 충당되었습니다. 추모의 벽에는 3만 3,695명의 미군과 7,174명의 한국군 카투사를 합쳐 4만 3,769명의 전사자 이름이 높이 1m, 둘레 50m의 화강암 판 100개에 새겨졌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박민식 보훈처장은 24일 고 웨버 대령의 본가를 방문하여 한국 국민의 감사와 존경을 담아 ‘한국전 참전용사의 집’이라고 쓴 명패를 달아드렸으며, 25일에는 워싱턴 D.C. 보훈병원을 방문해 참전용사들을 위문한 후 미 육군박물관을 찾아 6·25전쟁 당시 대북 침투 작전을 수행했던, 켈로(KLO)부대의 참전을 기리는 8240부대 기념비에 헌화했습니다. 한국에서 숨져간 영웅들을 기억하기 위한 이 ‘추모의 벽’ 때문에 금년 7월 27일은 더욱 기억에 남는 정전기념일이 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