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6일과 8얼 9일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77주년입니다. 1945년 8월 당시 일본은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에서 패색이 짙었지만, 본토 사수의 결의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1941년에 착수한 맨하탄 프로젝트를 통해 1945년 7월 16일 첫 핵실험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미국은 일본이 끝까지 항전한다면 수십만 명의 미군이 더 죽거나 다쳐야 하는 상황에서 핵사용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결국 8월 6일과 8월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함으로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얻어내고 태평양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맨하탄 프로젝트의 의료책임자 스태포드 워렌 대령(Stepord Warren)은 피해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1945년 9월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파견되었는데, 그가 찍은 동영상들은 상당기간 동안 공개가 금지되었습니다. 너무나 참혹한 광경들을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너진 잔해와 길거리에는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악취와 파리떼가 극성을 부렸으며, 주변 산들은 온통 분홍색이었습니다. 히로시마 중심부의 건물들은 모두 파괴되었고, 임시진료소에는 화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나가사키에서도 건물의 88%가 파괴되었고, X-레이 허용치의 150만 배 방사선을 맞아 급성 백혈병, 골수 손상, 장기 파열 등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즐비했습니다. 이후에도 방사능 비가 내리면서 사람들을 질병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원폭 투하 후 4개월 동안 인구 35만의 히로시마에서 9만~17만 명이 그리고 인구 24만의 나가사키에서 6~8만 명이 사망했으며, 그 절반은 투하 당일에 사망했습니다. 이후 70년 동안 각종 원자병으로 6만 명이 더 사망했습니다. 워렌 대령의 조사보고서를 읽은 맨하탄 프로젝트의 책임자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 박사는 ”지금부터 인류는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의 공포를 두려워해야 하며, 이 무기가 다시 사용되면 승자도 패자도 없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77년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회상하면서 북한의 반복되는 핵위협으로 핵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한반도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행사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우리의 핵무력은 결코 남용되거나 선제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 이라면서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표방했지만, 올해 들어 연거푸 핵사용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4월 5일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은 “남조선이 군사대결을 선택한다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 이라고 했고, 4월 25일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핵을 사용하겠다” 고 했습니다. “적대세력들의 모든 위험한 시도와 행동에 대해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제압·분쇄하겠다” 고도 했습니다. 5월 5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도 “전쟁에서 핵무력의 사명은 초기에 전쟁 주도권을 잡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시키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모두가 대남 선제 핵사용 불사를 위협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7월 27일 ‘전승절’ 69주년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정권과 군부 깡패들이 군사적으로 우리와 맞설 궁리를 한다면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 이라면서 윤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면서 다시 한번 핵사용을 위협했습니다. 외형상 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한미 연합훈련을 비방한 것이지만, 세계와 교류하면서 번영해온 한국은 전쟁을 원할 이유가 없는 나라이며 한미동맹 역시 현상유지를 위한 동맹임을 잘 아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만들고 핵사용을 위협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반복되는 핵위협으로 인해 지금 한반도에는 검은 핵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미국의 확대억제가 작동될 것이며, 북한이 끝내 비핵화를 거부하고 거친 핵공갈을 반복한다면 한국도 자위적 핵무장을 결행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북한의 핵사용 위협은 남북한 모두에 77년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을 재현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자신들이 벌이는 핵게임이 한반도에 어떤 위험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깊이 고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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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