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7월 19일 미국 법원이 압류된 북한 선박에 대한 처분을 허가한 판결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이날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케빈 캐스필 판사는 공개판결문을 통해 미국 검찰이 요청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매각을 허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2018년 4월 유엔제재 대상 품목인 석탄 2만 6천 톤을 운송하다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되었고 이어서 미국 정부가 유엔 제재 위반 혐의로 압류하여 5월 11일 미국령 사모아로 예인되었습니다. 미국은 법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제3자에 매각되어 고철로 해체될 운명에 처해졌습니다. 150~300만 달러로 추정되는 판매금은 북한에서 억류되었다가 귀국 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 씨의 부모에게 지불될 예정입니다. 이렇듯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1만 7천톤 급의 화물선이 해체될 운명에 처한 것에는 길고 복잡한 사연이 있습니다.
2015년 12월 29일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는 자신의 21세 생일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을 경험해보기로 작정하고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 땅을 밟았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습니다. 2016년 1월 1일 아침에 그는 숙소인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구호가 벽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기념으로 가지고 가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코 떼었습니다. 다음날인 2016년 1월 2일 웜비어 씨는 귀국하기 위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갔지만 ‘정치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북한 공안원들에 의해 공항에서 체포되었습니다.
2016년 3월 16일 북한 최고재판소는 웜비어 씨에게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미국 정부가 석방을 촉구했고, 결국 2017년 6월 12일 미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여 웜비어 씨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17개월 동안 그가 북한 어디에서 어떤 수감 생활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어쨌든 웜비어 씨는 그렇게 풀려났지만, 귀국 행 비행기를 탈 때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고 귀국한지 일주일만인 6월 19일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 내에서는 그의 사망을 놓고 많은 논의들이 오갔습니다. 북한은 그가 식중독균의 일종인 보툴리스균 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를 치료했던 미국 의사들은 보툴리스균 중독 증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고, 과거 그를 진료했던 치과의사들은 웜비어의 아랫니 2개가 새로이 손상된 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의사들은 웜비어 씨가 심한 고문으로 혼수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결론지었고 미국 국민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11월 한국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오토 웜비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북한 당국의 고문이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웜비어 씨의 부모는 2018년 4월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 아들의 사망에 대한 북한의 배상을 요구했고, 이후 8개월 만인 2018년 12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최종 판결문을 통해 고문에 의한 살인 행위로 인해 웜비어의 가족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한은 5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후 미국 법원은 배상 판결문을 북한의 리용호 외상 앞으로 보냈지만 북한이 수령하지 않아 반송되었습니다. 미국 법원은 판결문을 재배송했고, 이번엔 북한 외무성이 접수는 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웜비어의 부모는 7월 3일 와이즈 어니스트 호에 대한 권리와 소유를 주장하는 압류 청구서를 제출했고, 7월 19일 미국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입니다. 이제 이 선박은 미 법무부 연방보안관실(USMS)에 의해 고철로 매각될 예정이고 매각 대금은 웜비어 씨의 부모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와 매각으로 인해 북한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 석탄인데, 유엔 제재로 인해 철도와 도로를 통한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대형 화물선 한 척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북한 당국은 두 가지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의 불법 환적 등 유엔 제재에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미국의 제재이행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이 지난 5월 4일과 9일 연이어 유엔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미국 검찰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 방침을 발표하고 미국령 사모아로 예인 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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