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김성은 장군과 통영 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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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통영시에는 ‘해병대 상륙작전로'라는 길이 있습니다. 이는 6•25 전쟁 당시 김성은 해병 중령이 이끄는 해병부대가 상륙작전을 펼쳐 통영을 점령한 북한군을 몰아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도로명입니다. 김성은 중령(1924~2007)은 전쟁 후 제4대 해병대 사령관과 제15대 국방장관을 역임하게 됩니다. 6•25 전쟁 동안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조국 수호에 혁혁한 공을 세운 대한민국 해병대는 매년 다양한 전승기념식을 개최합니다. 8월에는 1950년 8월 중순 경상남도에서 치러진 진동리 전투, 통영 상륙작전 등을 회상하는 기념식을 개최하는데, 김성은 장군이 생전에 집필했던 회고록을 보면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1949년 12월 한국 해병대는 사령부를 제주도로 이전한 상태였습니다. 거기에서 참모학교 교육을 받던 김성은 중령은 1950년 1월 21일 미국이 한국을 극동 방어선에서 제외한다는 ‘에치슨 라인’이 발표되는 것을 듣고 불길한 예감을 느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성은 중령은 다가오는 전쟁의 그림자를 느끼면서 매일 조국과 자신을 지켜 달라는 기도에 매달렸지만, 대한민국은 북한군의 기습남침이라는 운명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남침을 개시한 북한 공산군은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7월 20일 대전을 거쳐 호남지방을 석권한 후 8월 중순에는 대한민국 국토의 90%를 점령한 상태에서 최후의 승리를 위해 마산, 대구, 포항 방면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김성은 중령은 해병대를 이끌고 진주, 함양, 산청을 거치면서 전투를 치른 후 마산으로 왔다가 다시 진동리로 출정했습니다. 1950년 8월 하동, 사천, 고성을 점령한 북한군 6사단은 창원, 김해, 부산으로 진출하는 길목인 마산을 점령하기 위해 동진을 계속했는데, 김성은 중령이 지휘하는 해병부대는 길목인 진동리에서 북한군의 동진을 막는데 성공했습니다. 북한군이 낙동강 전선에서 한국군과 유엔군의 필사적인 방어에 막혀 더 이상 남진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진동리를 통해 동진하는 것도 막힌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에 북한군은 거제도를 통해 마산, 진해, 부산 방면으로 진출하기 위해 8월 15일 북한군 7사단 예하 1개 대대 650명을 투입하여 거제도와 인접한 통영에 기습공격을 감행했고 이틀만인 8월 17일 새벽 통영 시가지를 완전 점령했습니다. 다급해진 손원일 해군참모총장은 김성은 부대에게 거제도에 들어가 북한군의 거제도 진출을 막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김성은 부대장은 거제도를 방어하는 것 보다는 통영에 직접 상륙하여 북한군을 몰아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상륙작전을 펼치겠다고 했고, 해군통제부는 이를 승인했습니다.

상륙작전이 개시되던 8월 17일 한국의 해군 함정들은 통영항의 정면에서 포격을 개시했습니다. 한국군이 정면으로 상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기만전술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김성은의 해병부대는 통영 동북부의 장평리에 기습 상륙하여 전광석화처럼 삼봉산을 점령하고 8월 18일 새벽 총공격을 실시하여 원문고개와 망일봉까지 점령함으로써 북한군의 퇴로와 증원병력 진입로를 모두 차단하여 북한군을 ‘독안의 든 쥐’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해군 함포 사격과 공군 항공기의 지원을 받아 8월 19일 오전 10시에 통영 시가지를 완전 탈환하게 됩니다. 북한군 패잔병 200여 명은 어선을 탈취하여 고성 방면으로 도주했습니다. 이후 한 달 동안 북한군은 아홉 차례에 걸쳐 원문고개 방면으로 공격을 시도하였지만 번번히 격퇴당했고, 그러다가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쪽으로 패주하게 됩니다. 통영 상륙작전에서 김성은의 해병부대는 전사 15명과 부상 47명만을 기록하면서 적 사살 469명, 포로 83명이라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통영 상륙작전은 유엔군의 지원없이 한국군이 단독으로 시행한 첫 상륙작전이자 공격작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1950년 8월 23일 통영 상륙작전을 취재하기 위해 원문고개의 해병대 진지를 방문한 미국 뉴욕 헤럴드 트리뷴(New York Herald Tribune) 신문의 여성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Marguerite Higgins 1920~1966)는 ‘Ghost-catching Marines(귀신잡는 해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그들은 악마조차도 잡을 수 있었을 것(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이라고 썼습니다. 이것이 한국 해병대에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 사유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 김성은 장군은 한국 해병대의 영웅으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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