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신냉전 국제질서와 군비경쟁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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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질서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의 나토와 러시아 간의 신냉전이 격화되었고, 과거 소련의 일부였거나 위성국가였던 동구 국가들은 대부분 나토(NATO) 회원국이 되어 러시아 위협으로 부터 영토와 주권을 지키는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팽창주의 행보를 계속하는 중국과 서방세계 간의 대결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시리아 등 독재체제 국가들의 현상타파 움직임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저항이 글로벌화·집단화되고 있는 신냉전 체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식민세력 대 피식민 국가들’이라는 과거 식민시대 국제질서나 ‘공산주의 대 민주주의’라는 구 냉전체제과는 다른 새로운 편가름 현상입니다.

2014년 일본이 평화헌법 재해석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즉 ‘필요시 무력을 사용하고 동맹과 협력하여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임을 선포했을 때 태평양에서 일본과 전쟁을 치렀던 미국이 즉각 환영을 표했고, 일제에 의해 침략을 당했던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찬성 의사를 밝혔습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이면서도 중국의 위성국가가 되기를 거부하고 미국의 우방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아시아에서의 최대 위협은 중국이며,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으로서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의 축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5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제2차 개정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재확인하고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침략하면 공동 대응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새로운 안보환경에 부응하는 헌법 개정을 시도할 것인가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에서는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개헌지지 정당이 개헌 발의선인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고 있는 중에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나토의 중심국가인 독일의 재무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독일은 GDP의 1.5% 수준이었던 국방비를 2% 수준으로 올리고 1천억 유로(약 135조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으며, 방위기금 조성을 위해 발행하는 정부 채권을 정부부채 규모 제한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헌법 개정도 단행했습니다. 독일은 이 기금으로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 치누크(CH-47F) 헬기, 이스라엘제 드론 등을 구입할 예정입니다. 영국도 국방비를 GDP 대비 2% 수준에서 2.5%로 늘리고 EU 차원에서의 유럽신속대응군도 창설할 계획입니다. 나토 차원에서도 군비증강이 진행 중입니다. 나토는 4만 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3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며, 미국과 영국은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발트3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에 지금보다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할 예정입니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북핵이라는 복합적 위협에 직면한 아시아에서도 군비경쟁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방위비를 GDP의 1% 수준으로 유지해왔고, 금년 방위비도 5조 4천억 엔으로 GDP의 0.94%입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방위비를 GDP의 2%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2006~2007년 및 2012~2020년 두 차례 집권했던 아베 총리는 ‘적극적 평화주의’와 ‘통합기동방위’를 외치면서 자위대의 기동성과 무기체계를 증강하고 합동훈련을 통해 군사작전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격상시켰으며, 육·해·공 자위대 간 합동성을 담보하는 전쟁지휘부인 통합막료감부를 설치하고 해병대에 해당하는 수륙기동단도 창설했습니다. 일본이 아베 총리가 추구해온 군사대국화의 길을 답습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반도에서도 북한의 계속되는 핵무력 증강과 미사일 발사로 군비경쟁이 촉발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8월 17일 두 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금년들어 총 19회에 걸쳐 41발의 미사일을 쏘았는데,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대해 한국도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대형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2일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쉴드(UFS)가 실기동 훈련으로 시작되어 9월 1일까지 진행되는데 이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재개된 실기동 연합훈련입니다. 한국의 대형미사일 개발도 눈에 띕니다. 한국은 2021년에 사거리 800km에 2톤 이상의 탄두중량을 가진 ‘현무-4’ 미사일을 선보였는데, 현재는 사거리 600km에 탄두중량이 6~8톤에 달하는 ‘현무-5’ 미사일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소형 핵무기에 준하는 파괴력으로 소도시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으며 북한의 지하 군사시설이나 지휘부를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북한이 도처에 지하 미사일 발사 기지들을 건설하고 대남 선제 핵공격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에 맞서 대형 미사일을 개발하고 실기동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