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자유와 민주화를 향한 홍콩 시민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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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시작된 홍콩의 시위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 격화되고 있습니다. 시위는 일단의 홍콩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하는 평화로운 행사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대학생과 고등학생들까지 참여하는 수백만 명 규모의 시위로 커졌고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고 시위대가 화염병으로 응수하는 과격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 나선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범죄인 송환법’ 때문입니다. 2018년 2월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주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금년 4월 홍콩 정부가 범죄인 송환법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홍콩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자를 보낼 수 있게 되는데, 홍콩 시민들은 이 법이 홍콩의 반중(反中)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함으로써 홍콩의 자유를 탄압하는데 악용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습니다. 홍콩은 영국에 의해 세계적인 금융 및 무역의 허브 도시로 발전되었고,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영국과 중국 간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합의에 따라 중국대륙과는 달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홍콩인들은 중국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로의 편입을 강요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고, 범죄인 송환법이 그런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홍콩의 시위는 근본적으로 중국 정부를 향한 외침입니다.

홍콩섬은 1842년 중국이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영국에 할양되었습니다. 이후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주룽 반도 남단부는 영국령이 됐고 1898년에는 신계 지구를 99년간 영국에 조차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이후 1949년에 중국 공산당이 대륙을 석권했지만 영국은 홍콩에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식시켜 동서양의 문화가 결합된 '동양의 진주'로 발전시켰습니다. 2차대전 시기인 1941년부터 1945년까지 홍콩은 일본에 점령당했지만, 일본의 패전 후 다시 영국의 직할 식민지로 돌아갔고, 이후 세계 무역·금융의 중심지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후 영국의 시대가 저물고 중국의 힘이 강해지면서 중국과 영국 사이에 홍콩 반환 문제에 관한 협상이 시작되었고 결국 1983년 영·중 공동선언을 통해 양국은 조차기간이 끝나는 1997년에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로 했는데 이때 등소평 주석은 이후 50년간 홍콩의 자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허용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보장했습니다. 즉, 50년간 홍콩을 홍콩인들이 통치하는 특별행정구로 인정했습니다.

영국이 떠난 후부터 홍콩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등소평 주석이 약속했던 50년 동안의 일국양제가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50년 이후 홍콩과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직선제를 통해 홍콩의 지도자를 뽑기를 원했지만 중국은 간선제를 통해 사실상 원하는 인사를 홍콩 행정장관에 앉혔고, 2014년 8월31일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행정장관 간선제 유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즉, 홍콩 시민이 홍콩의 지도자를 직접 선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천명한 것인데, 홍콩 시민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그것이 홍콩 시위의 중요한 배경인 것입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미약하지만, 시민 전체의 힘은 언제나 대단합니다. 때로는 그 힘이 역사를 바꾸기도 합니다. 1989년 동독의 라이프찌히에서는 시민들이 매 월요일마다 당시 사회주의 동독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1989년 9월 25일 8천 명의 시민들이 데모를 벌인 이래 시위 규모는 매주 커졌습니다. 10월 9일에는 7만 명, 10월 16일에는 12만 명, 10월 23일에는 30만 명 등으로 늘어났고, 이것의 여파로 베를린에서는 100만 명이 자유와 통일을 향한 시위를 벌렸습니다. 결국, 이들의 손에 의해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그로부터 1년 후 동서독은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많은 세계인들이 홍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홍콩은 거대한 중국 대륙의 턱밑에 붙은 조그마한 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세계인들은 시민의 힘이 늘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홍콩 시민들의 외침이 또 어떤 역사를 만들어낼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