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국 최초의 중형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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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거제도 옥포조선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장관, 심승섭 해군 참모총장 등과 해군 및 조선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최초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의 진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한국이 세계 43번째로 잠수함 보유국이 된 것은 1992년이었습니다. 한국은 1987년 독일 HWD사와 1200톤 209급 잠수함 3척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그로부터 3년 후인 1992년 10월에 첫 번째 209급 잠수함을 인수한 것입니다. 이것이 장보고-1 사업이었습니다. 이후 한국은 국내에서 209급 잠수함을 건조했고 2001년 이억기함의 취역과 함께 9척의 209급을 확보하는 장보고-1 사업을 완료했습니다. 이어서 한국은 제2차 잠수함 사업인 장보고-II 사업에 착수했는데, 이는 1200톤급에 이어서 1800톤 214급 잠수함을 국내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이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한국 해군은 2007년 12월에 첫 214급 잠수함인 손원일함을 취역시킨 이래 현재까지 9척의 214급 잠수함을 모두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214급은 현존하는 최고의 디젤 잠수함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첨단 잠수함을 확보하려는 한국 해군의 야망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한국은 제3차 잠수함 사업인 장보고-3 (KSS-III) 사업에 착수했는데, 이는 국내 기술로 2029년까지 3,000톤급 중형 잠수함 9척을 확보하여 209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사업입니다. 장보고-3 사업은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인데, 첫 단계인 배치(Batch)-I은 장보고-3 잠수함의 첫 번째 버전으로서 6개의 수직발사관을 갖춘 중형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계획입니다. 이어서 배치-II 단계에서는 배치-I보다 수중작전과 무장능력이 향상된 중형 잠수함 3척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건조할 계획인데, 배치-II 잠수함에는 10개의 수직발사관이 설치됩니다. 이후에는 배치-III 단계에서 역시 3척의 잠수함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인데, 이 잠수함은 배치-I, II 보다 더욱 강력한 성능을 갖게 될 예정입니다. 배치-III 잠수함은 기존의 납 축전지 대신 국산 리튬 전지를 탑재할 예정인데, 리튬 전지는 에너지 밀도, 전지 수명, 잠항 능력, 유지보수 편의성 등에서 매우 우수하며, 잠항 시간을 2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도산안창호함의 진수는 한국 해군에게 있어 많은 함의를 내포한 이정표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보고-3 사업의 첫 단계인 배치-I의 제1번함으로 진수된 도산안창호함은 7,100억원이 투입되어 건조되었고, 배수량 3,360톤에 길이 83.3m 폭 9.6m로서 기존의 1800톤급 잠수함의 두배 크기이며, 수중 속력은 20노트(시속 37㎞) 이상이고 승조원은 50여 명입니다. 물론,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닙니다. 이 잠수함에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에 고성능 연료전지를 적용하여 잠항 시간을 크게 늘렸으며, 무엇보다도 무장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도산안창호함에는 533mm 어뢰관 8문이 설치되었고 어뢰, 기뢰, 유도탄 등 다양한 무기체계들이 탑재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특기할 것은 잠대지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 6문이 설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로서 미국이 하푼(Harpoon)과 토마호크(Tomahawk)를 그리고 프랑스가 엑조세(Exocet) 순항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하듯 한국도 잠수함에서 사거리 500㎞ 이상의 '현무 2-B'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필요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도산안창호함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한 최초의 중형 잠수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SLBM시대를 개막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큰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0톤 신포급 1척, 1,800톤 로미오급 20여 척, 350톤 상어급 30여 척, 130톤 연어급, 90톤 유고급 등 70여 척의 잠수함들을 운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노후한 상태이며,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은 신포급 1척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잠수함이 은닉성과 침투성이 뛰어난 기습무기라는 특징을 활용하여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등 도발을 저질러 왔으며, 근년에는 SLBM 시험발사를 통해 주변국들을 위협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잠수함들은 물론 앞으로 보유할 잠수함들은 북한 잠수함들보다 더욱 강력하고 첨단화되었으며, 우수한 보복응징 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첨단 잠수함 세력은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포기하고 평화와 상생으로 나오도록 선도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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