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투는 동부전선의 미 제10군단 예하 미 제1해병사단 1만 5천여 명이 중공군 제9병단 예하 7개 사단 12만 명에 의해 포위당한 후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2주간의 격전을 거치면서 흥남까지 철수한 작전으로, 한국전쟁, 6•25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힙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일거에 전세를 뒤집은 유엔군은 북진을 계속해 압록강에 이르렀습니다. 유엔군은 서부전선에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이 지휘하는 미8군을 그리고 동부전선에서는 알몬드(Edward M. Almond) 장군이 지휘하는 미 제10군단을 포진시켰는데, 제10군단은 우측에 한국군 제1군단을, 중앙에 미 제7사단을 그리고 좌측에 스미스(Olive P. Smith) 장군이 지휘하는 해병 제1사단을 포진시키고 북진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곧 서부전선에서 북진 중이던 미8군은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많은 손실을 입고 후퇴해야 했습니다. 이에 알몬드 제10군단장은 8군을 돕고 서부전선과의 연결을 유지할 목적으로 미 해병 1사단을 장진호 쪽으로 진출시켜 남하하는 중공군의 좌측면을 공격하게 합니다.
장진호는 북한의 장진강을 댐으로 막으면서 조성된 면적 65㎢의 인공호수로 함경남도 장진군에 있으며 고도가 1,300m인 매우 추운 지역입니다. 장진호 둘레에는 북서쪽의 유담리, 남동쪽의 하갈우리 그리고 남쪽의 고토리 등의 마을이 있고, 동해안 항구도시인 흥남까지 가려면 120km에 달하는 협곡을 지나야 합니다. 미 해병 제1사단의 7연대와 5연대가 유담리에서 중공군과 처음으로 격돌한 것은 영하 25도의 혹한에 강풍이 몰아치던 1950년 11월 27일이었습니다. 수적 우세를 앞세운 중공군은 해병 7연대와 5연대를 포위하고 유담리와 하갈우리 그리고 하갈우리와 고토리 사이의 보급로를 막았고 고토리에서 함흥으로 가는 보급로까지 차단했습니다. 그리고는 미군을 섬멸하겠다는 목표 하에 11월 28일 밤 다시 공격해왔지만 미 해병 7연대와 5연대는 해병대 항공대의 근접지원을 받으면서 이 공격을 물리쳤고, 결국 12월 3일 하갈우리로 철수합니다. 해병 1사단은 하갈우리에서 집결한 이후에도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전열을 재정비할 겨를도 없이 격전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해병 제1사단이 고토리를 거쳐 함흥지역에 모두 진입함으로써 장진호 전투를 마무리한 것은 12월 11일이었으며, 이후 역사적인 흥남철수작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장진호 전투는 미 해병 1사단이 전사자 730명을 포함해 4,400명의 전상자를 기록했을 만큼 치열했던 전투로서 ‘한반도판 스탈린그라드 전투’라고도 불리지만, 한반도의 운명을 가름한 막대한 의미를 가진 전투이기도 합니다. 이 전투에서 중공군은 전사자 2만 5천여 명을 포함한 3만 7천 5백 명의 전상자를 기록할 만큼 엄청난 손실을 입었습니다. 중공군은 미 해병의 최정예 사단을 섬멸하여 미국 국민에게 충격을 주겠다면서 해병 1사단이 흥남에 도달하기전에 반드시 섬멸하겠다고 선전했지만 실패로 끝났습니다. 큰 손실을 입은 중공군 제9병단은 수개월 동안 전투에 나서지 못하여 1951년 1월 4일 서울을 다시 점령했던 중공군의 제3차 공세에도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장진호 전투 과정에서 보여준 미 해병 제1사단의 투혼은 전사에 길이 남아 있습니다. 유담리에서 철수할 때 제10 군단장이 무기와 장비를 버리고 하갈우리에 건설한 간이 활주로를 이용하여 전원 항공기로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스미스 사단장은 “중공군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면서 걸어서 이동하겠다”고 고집했고, 결국 그렇게 했습니다. 하갈우리에서 집결한 직후에도 미 공군 수송사령관이 항공기를 이용한 철수를 권고했지만, 스미스 장군은 “미 해병대 역사상 그런 불명예는 없었다”라며 사상자들만 항공기로 후송하고 전원이 철수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전장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면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이 무렵 스미스 장군이 남긴 말입니다. 그래서 고 김성은 장군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미 해병 제1사단은 정말 무서운 부대이고 놀라운 군대였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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