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2019년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비 총리

0:00 / 0:00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10월 10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43)를 2019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아비 총리가 내전 종식과 이웃나라들과의 국경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벨상은 스웨덴 출신 공학자이자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노벨은 1833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에서 수학한 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크리미아 전쟁에 군수품을 만들어 납품하던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했고, 전쟁 후에는 스웨덴으로 돌아와 화약을 제조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1862년 노벨은 굴착공사, 수로발파, 철도 및 도로 건설 등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약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니트로글리세린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뇌관을 발명하여 다이너마이트를 생산하는데, 이때부터 노벨은 발명가로서의 명성과 함께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노벨은 사업을 하면서도 과학발전을 위한 자선사업에 많은 기부를 했는데, 세상을 떠나면서도 유언을 통해 대부분의 재산을 노벨상 기금으로 기부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노벨상이 제정된 것입니다.

이후 노벨상은 화학, 물리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등 다섯 개 부문에서 매년 시상을 해왔습니다. 국가 간 우호 증진, 군비감축, 평화 증진 등에 공헌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노벨평화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수상자를 결정하고 매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식을 거행합니다. 지금까지 107명의 개인과 24개의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2010년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000년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 등이 이 상을 받았습니다. 2010년에는 수상자 류샤오보가 중국 정부에 의해 감금되어 있는 상태여서 빈 의자를 놓고 시상식이 거행되었습니다. 노벨상을 받는 첫 에티오피아인이 된 아비 총리는 오는 12월 10일 오슬로에서 900만 크로나(10억 9천만원)의 상금을 받을 예정입니다.

아프리카 최연소 국가지도자로 부상한 43세의 알리 총리가 에티오피아 내전을 종식하고 에리트리아와의 국경분쟁을 해결하는데 보인 수완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80여 개의 종족들로 구성된 에티오피아는 오랫동안 황제들이 지배해온 제국이었고, 1974년 쿠테타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공산정권 역시 종족 간 갈등 해결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등 철권정치를 펼침에 따라 내전상태는 계속되었습니다. 1991년에는 멜레스 제나위가 이끄는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이 공산정권을 무너뜨렸으나 제나위 정권 역시 종족 간의 문제들을 해결해지 못함에 따라 혼란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티오피아 인민혁명 민주전선의 의장이었던 알리는 2018년 4월 총선을 통해 총리에 오르게 됩니다. 이후 아비 총리는 각종 실용주의적 개혁정책들과 경제시책들을 통해 종족과 종교를 뛰어넘어 국민을 통합하는데 성공했으며, 이에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그를 30년 내전을 종식시킨 인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비 총리는 옆나라인 에리트리아와의 화해를 끌어내는 데에도 신속함을 보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에티오피아가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하면서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의 영토가 되었습니다. 이후 에리트리아인들은 30년에 걸친 독립전쟁 끝에 1993년 독립을 얻었지만, 양쪽에서 수십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숨지는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리아는 쉼없이 국경분쟁을 벌였고, 1998년에는 양쪽에서 7만 명이 사망하는 전면전이 발발하기도 했습니다. 아비 총리는 총리직에 오른지 다섯 달 만인 2018년 9월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과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외교 관계를 복원했으며 항공편 운항도 재개했습니다. 그리고는 1977년 소말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 이후 중지했던 아디스아바바와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간의 민항기 운항도 재개했습니다. 한 마디로 아비 총리는 수십년에 걸친 내전과 역시 수십 년에 걸친 이웃나라들과의 분쟁을 종식시킨 인물입니다. 2019년도 노벨평화상이 그에게 돌아간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군사력 증강, 핵 위협, 미사일 발사 등으로 바람잘날이 없는 동북아에서도 아비 총리와 같은 지도자들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