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에는 핵전쟁을 위협하는 두 나라가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연거푸 핵사용을 위협하면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북한이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핵사용 전략’을 선포하고 남쪽을 향해 핵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엄연한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빼앗은 땅을 러시아 영토로 선포하고는 이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하면 핵을 사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주변국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핵무력을 증강시키면서 사실상의 ‘대남 선제 핵사용 불사’까지 선언한 북한은 자신들이 야기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실시된 한·미·일 해상훈련을 시비하면서 9월 하순에서 10월 초순까지 무려 아홉 차례에 걸쳐 15기의 미사일을 쏘았으며 수차례나 전폭기들을 출격시켜 위협비행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제20차 공산당대회를 통해 3연임이 확정된 시진핑 주석이 대만에 대한 ‘무력 불사용’을 약속하지 않고 무력행사를 위한 옵션들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 대만해협, 한반도 중 한 곳이 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10월 13일 3천여 명의 병력과 3백여 대의 차량을 동원하여 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야르스(Yars)’를 운용하는 훈련을 실시했고, 매년 연말에 실시해온 그롬(Grom) 핵 전투훈련도 조만간 실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나토(NATO)는 10월 17일부터 2주 간 14개 회원국의 군함과 항공기가 동원되는 핵 억지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이라는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도발과 제7차 핵실험에 대비하여 한·미·일 삼국 간의 전략협의가 긴밀해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북핵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10월 17일부터 28일까지 연례 야외기동훈련인 ‘호국훈련’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상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북핵 위협과 관련하여 가장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과 미 전술핵 재반입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국민의 다수는 북한의 일방적 핵위협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독자 핵무장을 원하는 사람들과 독자 핵무장을 보류하고 동맹차원에서 핵우산 등 확대억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쇼로 북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미 사문화시킨 ‘남북한 비핵화공동선언’과 ‘9·19 군사합의’의 폐기를 선언하라는 요구도 한층 더 강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미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핵공유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국 정부가 동맹차원의 핵대응을 모색한다는 뜻입니다. 이 문제는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양국이 핵공유에 합의한다면 미국의 전술핵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내 또는 인근 해역이나 지역에 고정 또는 순환 배치되어 양국 합의에 따라 운용됨을 의미합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그 다음 수순은 ‘한·미 핵동맹’일 것입니다. 즉 한국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동맹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15일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이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이제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사태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데서 보듯 미국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북한이 현재대로 핵무력에 집착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남·북 간 핵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냉전시절 동안 소련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릅쓴 채 대규모 핵미사일들을 개발했습니다. 이에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의 모든 핵공격을 막아내는 ‘우주방어계획(SDI)’을 추진했습니다. 자국의 공격무기들이 무력화되는 것을 우려한 소련은 SDI를 돌파할 새로운 핵병기를 개발하는데 돈과 노력을 투자했고 그것이 결국 소련 경제의 파탄을 촉발하여 소련연방이 해체되는 계기를 맞아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총생산량은 북한의 59배이고 개인소득은 28배이며 국가예산 규모는 40배입니다. 북한은 지금 이런 대한민국과의 핵대결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위험한 행보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과연 북한에 어떤 궁극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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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