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신냉전 구도에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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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Hamas)의 기습 공격에 일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보복작전을 전개하면서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규명함에 있어서는 두 개의 분석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복잡하게 얽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민족·종교·영토 갈등이라는 전통적인 분석틀입니다. 이 분석틀에서 보려면,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연고권 다툼, 유대인의 수난 역사,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이 지역을 통치했던 영국 등 열강들의 역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수난 등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수천년 전부터 지금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는 가나안 땅에서 왕국을 세우고 정착했지만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로마 등에 의해 정복당했고 예수님 시대를 지나면서 세계로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러시아에서 박해를 받으면서 19세기부터 가나안 땅으로 귀환하여 유대인의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유대인 민족주의가 싹트기 시작하여, 1900년대 초반부터 팔레스타인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시오니즘 운동’이었습니다.

유대인이 떠난 후 2천년 동안 팔레스타인에서 살아온 아랍인들은 처음에는 소수 유대인들의 귀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유대인이 사는 땅이 커지고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은 1915년 ‘맥마흔 선언'을 통해 아랍민족들에게 당시 아랍지역을 통치했던 오스만제국을 물리치는데 도와주면 아랍 독립국가들을 세워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년 후에는 ‘밸푸어 선언’을 통해 유대인에게도 오스만제국을 물리치면 팔레스타인 지역에 독립국가를 세워주겠다는 이중합의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1차 대전이 끝나면서 아랍인과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땅을 놓고 충돌하게 됩니다. 그런 중에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유대인 6백만 명이 학살당하는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를 겪게 되며, 박해와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대거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하여 결국 1948년에 이스라엘을 건국합니다. 하지만 2천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인들이 이 땅을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중동의 아랍국가들은 이슬람 형제인 팔레스타인 편을 들게 됩니다.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전쟁이 일어나지만 유대인들은 강력한 단결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오늘에 이르게 되며, 팔레스타인에 남은 아랍인들은 이스라엘 내의 자치지역에서 2등 국민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도 이런 갈등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사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은 두 번째 분석틀인 ‘글로벌 신냉전 대결구도’라는 시각에서도 봐야 합니다. 지금 세계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원하는 ‘전체주의 국가들(axis of tyrannies)’이 카르텔을 구축하여 기존의 서방주도 세계 질서에 도전함으로써 야기된 ‘신냉전 대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측면에서 보면, 동유럽, 중동, 대만해협 그리고 한반도는 현상 변경을 원하는 세력이 있는 지역, 즉 ‘4대 화약고(flashpoints)’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에 의한 현상 변경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며, 중동에서는 이란이 이슬람 혁명의 수출과 범이슬람주의의 재부상을 통해 ‘이스라엘의 건재’라는 현상을 타파하려 하며 다수의 아랍국들도 심정적으로 이에 동조합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외치고 있어 대만해협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며,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핵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을 노리고 있습니다. 핵무력을 앞세워 남북관계를 지배하고 주체통일의 걸림돌인 한미동맹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신냉전 구도에서 보면 더 많은 현상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을 비호하고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하는 현상, 북한과 이란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현상, 하마스가 자체 역량을 초과하는 치밀한 기습작전을 펼칠 수 있었고 그 작전에서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거나 북한식 침투방법인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이스라엘을 기습한 사태 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원하는 나라들 간의 연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전략가들은 중동사태가 국제전으로 확전되면, 한반도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은 개입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네 차례의 중동전쟁에서 확전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은 이번에도 확전을 예방하고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분주한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세계는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세력들의 동향을 주목합니다. 이란은 8천 3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중동의 강국이자 시아파 맹주국으로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시아파인 시리아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 등은 물론 수니파 무장 정파인 하마스까지 지원하면서 이슬람의 맹주를 노립니다. 동시에 세계는 북한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민들의 궁핍을 외면하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온 북한이 더 큰 오판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 핵잠수함을 보내고 최근에는 10만 톤급 항모 로날드레이건함과 B-52 핵폭격기를 보냈습니다. 평양은 이를 두고 북침 연습으로 선전할지 모르겠으나, 결코 진실이 아닙니다. 지금 한미 양국은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동맹 의지를 재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