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20차 중국 공산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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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 일주일 동안 진행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을 확정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23일 축전을 보내고 “총서기 동지와 함께 아름다운 북중 관계의 미래를 설계해나가자”고 했으며, 24일자 노동신문도 김 위원장의 축전과 사설을 싣고 대대적으로 시 주석의 3연임을 축하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진심어린 축하보다는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당대회를 지켜보았던 것 같습니다. 장기집권을 보장받은 시진핑 정부가 미국 및 세계와 갈등을 빚으면서 더욱 강하게 중국몽을 밀어붙이고 대내적으로 중앙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상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이 주식시장이었습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대기업들의 주가가 24%나 폭락하고 중국 위안화의 가치도 동반 급락한 것입니다.

중국의 유일 집권정당인 공산당에는 약 1억 명의 당원이 있고 이들을 대표하는 전국대표는 2천 3백여 명인데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이들이 참석하는 전국 당대회는 5년에 한번 씩만 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여 명인 당중앙위원회가 중요 정책을 검토, 결정하는 핵심기구입니다. 중앙위원회에서도 사실상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이너서클에 해당하는 정치국이 있고 그 안에는 총서기 1명과 6명의 상무위원으로 구성되는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있습니다. 바로 상무위원 7인이 중국을 좌지우지하는 최고 지도부이며, 시 총서기는 내년 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3연임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됩니다.

이번 20차 당대회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파벌정치 체제의 소멸과 1인 체제의 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전 약 30년 간 총서기는 최대 2연임까지만 했었습니다. 즉 주석의 임기를 2회로 제한한 헌법 제79조 3항을 준수해온 것이었습니다. 현 주석이 5년을 집권한 후에 열리는 당대회에서는 현 주석이 두 번째 임기를 끝내는 시점인 5년 후에 주석직을 맡을 후계자를 지정하는 관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은 10년만 집권했습니다. 칠상팔하(七上八下)의 전통도 있었습니다. 67세 이하면 유임하지만 68세를 넘으면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하는 전통이었습니다. 여러 파벌이 권력을 나누어 갖는 전통도 있었습니다. 상하이 출신 고급 관료 세력인 상하이방, 당 간부의 자녀들을 말하는 태자당, 청년공산당원들로 구성된 공청단 등이 핵심 고위직을 나누면서 일종의 협치(協治)를 해온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 서기 출신이면서 아버지가 당 간부였던 시진핑은 상하이방이기도 하고 태자당이기도 하며, 시진핑 2기 동안 총리로 시 주석을 보좌한 리커창(李克强)은 공청단 출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9차 당대회와 3연임 금지 조항을 삭제한 이듬해의 개헌 그리고 이번 20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시진핑의 3연임이 공식화되고 파벌정치는 소멸되었으며 핵심 보직들은 시진핑의 직계세력 즉 시자쥔(习家军)들로 채워졌습니다. 5년 후 후계자를 지정하지도 않았습니다.

24명의 위원 중 13명을 교체한 정치국은 시진핑이 낙점한 인사들로 보강되었고, 상무위는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와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유임된 가운데 4명을 새로 임명했는데 모두 시 주석의 측근들입니다. 서열 2위의 국무원 총리로 내정된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성 성장과 당서기를 지낼 당시 비서실장이었고, 지난 3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상하이시를 봉쇄하여 악명을 떨쳤던 인물입니다. 부총리로 유력한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은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국가주석 판공실 주임이었으며, 차이치 베이징 당서기 역시 시 주석이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근무할 때 발탁한 측근입니다.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임명된 리시 광둥성 서기는 앞으로 반대파들을 견제하는 감찰업무를 총괄할 것으로 보입니다. 칠상팔하의 관례도 깨졌습니다. 69세의 왕이 외교부장이 정치국위원에 포함됨으로써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의 뒤를 이어 외교 사령탑을 맡을 전망이며,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중앙군사위원회에서도 72세인 장유샤 부주석이 칠상팔하 관례를 깨고 유임되었습니다.

이렇듯 제20차 중국 당대회는 시진핑 1인 체제를 선포한 행사였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즉 권력자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면서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이 사라진 중국이 대만 통일을 시도할 가능성, 전랑외교 강화로 인한 미·중 충돌 가능성, 더욱 적극적으로 북핵을 비호하고 나설 가능성, 경직성 강화로 인한 중국경제의 위축과 그로 인한 여파 등 다양한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시진핑의 중국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