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신문방송들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피살사건으로 떠들썩합니다. 카쇼기는 59세의 중견 언론인으로서 미국에 머물면서 각종 칼럼을 통해 사우디 왕실 정부의 독재를 비판하던 반체제 언론인이었습니다. 카쇼기는 사우디 왕실의 고위 인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지난 10월 2일 터키의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되었는데, 터키 정부는 카쇼기가 사우디가 보낸 암살단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단정하고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터키 정부는 10월 2일 두 대의 자가용 비행기로 15명의 암살팀이 이스탄불에 도착했는데 그 중엔 부검 전문가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처음에는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지만, 자꾸 말이 바뀌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사건 후 12일만인 10월 14일 "카쇼기 실종에 왕실이 개입했다는 보도는 거짓"이라면서 “카쇼기가 영사관을 방문한 뒤 서류 작업을 마치고 영사관을 떠났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터키 정부가 CCTV 분석결과 카쇼기와 비슷한 수염을 달고 2일 영사관을 나온 사람은 카쇼기가 무사히 영사관을 떠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동원된 가짜라고 밝히자, 사우디는 카쇼기가 사망한 것은 맞지만 그를 본국으로 송환하려다 발생한 우발적 다툼에서 빚어진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사우디는 경제·군사적 위협이나 허위 의혹을 단호히 배격한다"면서 "공격을 받으면 더 큰 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원유의 무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빈살만 왕세자 본인도 관련설을 부인하고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진상을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의혹 당사자가 만든 조사위원회가 신뢰성을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도 일단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과 무관하다는 빈살만 왕세자의 말을 믿고 싶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사우디 정부가 개입한 암살사건으로 드러난다면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언론인을 존중하지 않는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도록 그냥 둘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시사한 것입니다. 이렇듯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국제사회는 분노하고 있고,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는 진상규명과 사우디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보이콧을 촉구하는 인권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사우디 증시는 급락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도 사우디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미국 의회에서도 왕세자를 성토하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33세의 빈살만은 2017년 6월 사촌형을 밀어내고 왕세자가 되어 현재 국방장관 겸 제2부총리를 맡고 있는데, 권력을 잡으면서 부패척결을 명분으로 왕권계승의 경쟁자들을 숙청했으며, 여성에게 운전과 참정권을 허용하는 등 개혁을 주도해왔습니다. 석유 의존에서 탈피하고 첨단기술과 투자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국가개발 프로젝트 '비전 2030'도 주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의 왕위 계승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귀추가 더욱 주목됩니다.
이번 사건이 세계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핵심 이유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무참하게 짓밟혔다는 데에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freedom of the press)란 다양한 매체와 출판물을 포함한 전송 수단을 통한 의사 전달과 표현의 자유를 말합니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가 제정 선포한 세계인권선언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에는 모든 매체를 통해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인간의 기본인권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21조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국민이 언론·출판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부터 독재자들은 이 권리를 부인하기 위해 언론을 탄압했고, 그래서 많은 저항과 투쟁이 있었고 많은 나라에서 민주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제 대부분의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는 그 어떤 독재자나 정부도 탄압할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 된 것입니다. 진실을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프로 언론인들도 양산되었고, 많은 희생도 수반되었습니다.
카쇼기의 경우처럼 독재의 진실을 전파하다가 암살되기도 하고, 전쟁터를 취재하다가 총탄에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카쇼기 사건이 아직도 충분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나라들에게 언론의 자유가 가지는 소중한 의미를 깨우쳐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