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박 6일 간의 동남아 순방외교를 마치고 11월 16일 귀국했습니다.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5차 아세안 정상회의와 제17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한 후 15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즉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입니다. 아세안 정상회의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정상회의로서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에 한·중·일 3국의 정상들이 참석하는데, ‘ASEAN+3 회의’로도 불립니다.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대화상대국 8개국을 합쳐 도합 18개국의 정상들이 참가하는 정상회의로 2005년부터 개최되었습니다. G-20 정상회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G-7’으로 불리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7개 경제선진국들에 각 대륙의 신흥산업국들을 합쳐 도합 20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하는데 아시아 대양주에서는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랄리아 등 6개국이 참가합니다. G-7은 원래 러시아를 포함한 G-8체제였으나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으로 러시아가 축출됨으로써 G-7체제가 된 것입니다. 이 20개국은 세계 GDP의 85% 그리고 세계 교역량의 80%를 차지합니다.
윤 대통령은 프놈펜과 발리에서 북핵, 암호화폐 해킹, 식량, 에너지, 보건 등 국제관심사들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개진했고, 한국의 생존과 안전, 미래 먹거리 확보 등을 위한 외교전을 펼쳤습니다. 이번 정상외교 성과를 요약해보면, 한국이 처음으로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여 ‘포용, 신뢰, 호혜’라는 3대 원칙을 바탕으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을 구현해 나가겠다는 점을 천명한 점, 한-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것을 제안하여 호응을 받았던 점,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확대억제력의 강화를 재확인한 점, 북핵 해결을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한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한미, 한·미·일, 한일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이었는데 당연히 이는 북핵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 일본 등과의 회담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중국과의 회담에서는 깊어지는 신냉전의 골을 재확인해야 했습니다. 11월 13일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최근 북한의 전례 없는 공세적 도발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빈틈없는 한미 간 공조와 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해 나가기로 하였고,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였습니다. 같은 날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 및 확대억제 공약 재확인,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첨단기술, 공급망, 에너지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의 3국 협력 강화 및 ‘한미일 경제안보대화’ 신설에 합의하고 이런 의지를 담은 ‘3국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한미일이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어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양 정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로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과 한·미·일 차원에서의 대응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어서 윤 대통령은 발리로 날아가서 11월 15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윤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인 중국의 적극적·건설적 역할을 주문했지만, 시 주석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직답을 회피했습니다. 한 마디로 계속해서 북핵을 두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11월 14일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감지되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사용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핵사용 가능성을 경계하고 북한의 핵실험을 만류할 의무가 중국에게 있음을 강조했지만, 시 주석은 "중국도 평화를 원하지만 복잡한 문제엔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는 말로 직답을 피해 나갔으며, 대만에 대해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기 때문에 미국이 넘지 않아야 하는 레드라인"임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런 엇박자는 11월 17일에 열린 일중 정상회담에서도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듯 북한은 11월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탄을 발사했고,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11월 21일에 긴급 소집된 유엔안보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아무런 결의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잦아진 금년에만 안보리 회의는 도합 10 차례가 소집되었지만 모두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에 막혀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를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으며 이번 프놈펜 회의와 발리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해협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 등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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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