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신냉전 속에서 변모하는 서방의 세계전략

폭격이 진행된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시청 앞 광장에 지난 3월 파괴된 차량과 시설물 잔해가 남아있다.
폭격이 진행된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시청 앞 광장에 지난 3월 파괴된 차량과 시설물 잔해가 남아있다.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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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독재체제 국가들과 자유민주주의 서방국가들 간의 신냉전 대결구도가 심화되면서 서방세계의 세계전략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접한 나토는 지난 6월에 나토정상회의를 통해 향후 10년간 지향할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했습니다. 나토는 중국을 ‘주요 기술 부문과 산업, 인프라, 우주, 사이버 공간, 해양 등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국가’로 정의하면서 중국의 강압적인 대외정책과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을 ‘나토의 안보와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정리했습니다. 또한 러시아를 ‘강압, 전복, 침공, 영토 합병, 악의적인 개입 등을 통해 지배권 확립을 추구하고 핵전력 현대화와 군사력 증강을 꾀하는 나라’로 규정하면서 ‘더 이상 전략적 파트너가 아닌 위협’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는 북한, 이란, 시리아 등을 핵무기 및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테러세력들과 함께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로 규정하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새로이 정의된 전략개념들을 바탕으로 나토는 회원국 확대, 군사력 현대화, 여타 지역과의 안보협력 등을 위한 신전략들을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당연히, 미국의 전략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태평양에서 중국과 북한의 도전에 확고하게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복적으로 피력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월 12일 국가안보전략서(NSS)를 발간했고 이어서 10월 27일에는 핵태세검토서(NPR)와 미사일방어검토서(MDR)를 ‘2022 국방전략서(NDS)’라는 이름으로 통합 발표했습니다. 국가전략, 방어전략, 핵전략 기조 등을 선언하는 각급 국가전략서들을 한꺼번에 발간한 것입니다.

최상위 전략서인 국가안보전략서는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도전국’으로 그리고 러시아를 ‘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했으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각종 전략과 정책들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노력을 지속하겠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확대억제력 강화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전략서는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즉 미국과 동맹의 능력, 기술 등 제반 능력을 연대하여 위협을 억제한다는 대원칙을 표방한 것입니다.

미사일방어검토서(MDR)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기타 비국가 행위자 등을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는 적(adversaries)’으로 명시하면서 중국을 ‘최상위 위협이자 미래의 떠오르는 위협(rising threat)’으로 그리고 러시아를 ‘현존하지만 쇠퇴하는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무기, 무인기(UAS) 등의 위협을 비중 있게 다루었으며,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탑재 가능 미사일들을 ‘미 본토에 대한 새로운 도전 요소’로 규정했습니다. 이런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미사일방어검토서는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의 공조를 통한 ‘통합미사일방어(IAMD) 체제’를 강조했으며, 북한 도발시에는 미사일 자체를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용을 부과시키겠으며 이를 위해 ‘미국이 가진 모든 핵 및 재래식 수단’들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한 도발에는 선제, 방어, 응징 등 모든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핵태세검토서(NPR)는 NSS와 NDS에 명시된 큰 전략에 부응하는 핵전략들을 표방했습니다. 중국을 핵무력 현대화와 다양화를 통해 2030년까지 1천여 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핵위협으로 예상했고,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따른 1,550개 핵탄두에 더하여 2천여 개의 비전략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NPR은 북한을 ‘미국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지속적이고 증가하는 위험’으로 평가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통합억제’ 차원에서의 집단적 억제를 강조했으며, 동맹국들에 대한 확대억제 제공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정보공유 차원에서 한·미·일 3국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핵사용 시 정권을 파멸시키겠다는 경고를 명시했는데, 이 경고는 11월 3일 제54차 한미 국방장관회의 공동성명 제3조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습니다. 이렇듯, 중국, 러시아, 북한 등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독재 국가들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대응전략이 강해지고 있으며, 중·러의 팽창주의와 북한의 도발이 기승을 부릴수록 서방의 대응전략도 더욱 강력하고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