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부시 대통령의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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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미국의 제41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전 대통령(1989.1.20.-1993.1.20.)이 향년 94세로 텍사스주 휴스턴의 자택에서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큰 족적을 남긴 정치가였습니다. 그는 동부의 명문인 예일대를 나와 연방 하원의원, 주유엔 미국 대사, 중앙정보국(CIA) 국장, 부통령, 대통령 등 화려한 경력을 거쳤으며, 2차 대전 중에는 미 해군의 조종사로서 일본군 대공포에 맞아 바다에 추락한 후 살아남은 전쟁영웅이기도합니다. 또한, 정치명문가의 수장으로서 그의 장남 조지 W. 부시(George Walker Bush)는 아버지에 이어 제43대 미국 대통령(1990.8.2.-1991.2.28.)이 되었으며, 차남 제프 부시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냈습니다.

그는 최강국 미국의 지도자로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태리 반도 남쪽 지중해에는 면적 316㎢인 작은 섬나라인 몰타가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89년 12월 2일과 3일 이곳에 정박한 소련 여객선 막심고리키호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역사적인 몰타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 선언을 통해 두 정상은 “지금은 군사대결과 군비경쟁, 불신, 정신적·이념적 대립 등을 청산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냉전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이 직후 독일통일과 동구 공산권 체제의 붕괴가 이어졌으며, 소련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약속했습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소련이 1956년 헝가리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면서 근거로 내세웠던 ‘브레즈네프 독트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렇듯 냉전에 최종 마침표를 찍은 미국의 대통령이 부시였습니다.

걸프전쟁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1990년 8월 2일 쿠웨이트를 침공함으로써 촉발되었습니다. 미국은 영국, 사우디 등과 함께 34개국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을 조직했고, 1991년 1월 16일에는 쿠웨이트를 후세인의 점령으로부터 해방시킨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을 개시했습니다. 이후 미군은 5주에 걸친 정밀타격과 폭격으로 이라크의 전차부대와 공군력을 초토화시켰고, 2월 24일 대규모 지상전을 개시했습니다. 이라크군은 곧바로 붕괴되었고, 부시 대통령은 지상전 시작 100시간, 그러니까 ‘사막의 폭풍’ 작전을 개시한지 42일 만에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독일통일 과정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89년 11월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 때 동서독의 국민들은 통일의 기대에 부풀었지만, 두 번씩이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재통일을 반길 주변국은 없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영국의 대처 총리,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 이태리의 안드레오티 총리 등을 설득했고, 소련과 폴란드를 안심시키는 눈부신 외교력을 발휘했습니다. 동맹국 서독을 깊이 신뢰했던 부시 대통령의 통일외교가 없었더라면 독일통일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1990년 9월 12일의 역사적인 ‘2+4’회의, 즉 동서독과 4대 전승국 회의는 열리지 못했을 것이며, 그랬다면 1990년 10월 3일의 독일통일은 무산되었거나 연기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과 소련의 전략핵무기 감축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소련연방 해체 이후인 1993년에는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과 제2차 전략핵감축조약을 체결했고, 이후 2002년에 아들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체결한 공격핵무기감축조약, 2010년에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서명한 신전략핵감축조약(New START) 등의 후속 핵군축이 이어졌습니다.

이렇듯 부시 대통령은 한 시기의 세계 역사를 만들었던 장본인이었습니다. 워싱턴 대성당에서 장례식을 마친 부시 전 대통령의 운구는 에어포스원 편으로 고향 텍사스로 다시 옮겨져 지난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바버라 부시 여사가 묻혀 있는 텍사스 A&M 대학교의 조지 부시 기념관 부지에서 영면에 들어갔습니다. 18세라는 최연소 나이의 미해군 뇌격기 조종사였고, 부인 바버리 부시 여사와 73년을 함께하여 역대 대통령 중 최상수 결혼생활을 기록했으며, 독일통일과 핵군축을 이루어낸 외교의 달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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