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서 되돌아보면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2022년의 5대 안보이슈를 선정해 회고해 보고자 합니다.
세계를 흔들었던 첫 번째 이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인데요, 국제질서 차원에서 보면 신냉전 대결구도를 다시 한 번 선명하게 확인시켜준 전쟁이었습니다. 군사적 초강대국 복귀를 원하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일부였던 과거 소비에트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떨쳐내지 못한 채 이웃 주권국을 불법적으로 침공한 사건이었지만, 신냉전의 왼쪽 편에 선 나라들, 즉 중국,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독재체제 국가들은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본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예상외 선전, 예상보다 열악한 것으로 드러난 러시아군의 무기체계와 전투력,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 공격의 희생물로 전락한 전차에 대한 무용론, 값싸고 효율적인 무기로 등장한 드론에 대한 예찬론 등이 향후 전쟁양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관심거리입니다. 내년에 푸틴의 정치적 입지가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사입니다.
두 번째 이슈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 확정입니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 그러니까 주석의 임기를 5년씩 2회로 제한한 헌법 제79조 3항을 삭제한 개헌 이후 처음으로 열린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함으로써 사실상 종신집권을 보장받았습니다. 이 당대회를 통해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는 모두 시진핑의 측근들로 채워지고 여러 파벌이 권력을 나누어 갖는 전통적인 파벌정치가 소멸되면서 시진핑 1인 체제가 등장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중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 이래 줄곧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팽창주의적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중국이 대만 통일을 시도할 가능성, 중국의 전랑외교 강화로 인한 미·중 대결 격화 가능성, 중국의 북핵 비호와 이로 인한 한반도 핵위기 도래 가능성 등을 우려하면서 중국의 내년 행보를 주시하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일본의 재무장 선언입니다. 금년 12월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국가전략서를 통해 사실상의 재무장을 선언하고 자위대를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로 선포했습니다. 일본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을 위협국으로 그리고 한국, 미국, 대만 등을 협력대상국으로 규정하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방위비를 GDP의 1% 선에서 2027년까지 2%로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반격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내년도 방위비를 금년보다 26% 늘어난 66조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즉각 환영을 그리고 중국은 ‘결연한 반대’를 표방했지만, 크게 보면 일본의 재무장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공세적 태도가 초래한 결과입니다.
네 번째로는 심상치 않은 중국의 대중동 외교전입니다. 중∙러∙북의 위협에 맞서는 미∙일 등 서방의 대응이 강력해진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활발한 중동외교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12월 초 사우디를 방문하여 34개의 각종 협약과 함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여 양국 관계를 격상시켰고 이어서 제1차 중국-아랍 정상회의, 중국-걸프 협력위원회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여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 20여 아랍국의 정상들과 회동했으며, 식량안보, 에너지안보 등 8개 영역에서 ‘8대 공동행동’을 기초로 ‘중국·아랍 운명공동체’ 구축에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렇듯 중국은 최근 악화된 미국-사우디 관계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쉘오일 개발로 인해 사우디의 전략적 가치가 하락했고 실제로 걸프만 주둔 미국 군사력은 축소되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가 ‘이슬람 혁명 수출국’으로 경계하는 이란과 핵관련 합의를 체결한 것,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미국이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것 등도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들이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대중동 외교전이 향후 국제 안보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북한의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입니다. 금년 들어 북한이 핵무기의 실제 사용을 전제하는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핵무력의 사명은 유사시 초기에 적의 전쟁의지를 소멸시키는 것”이라는 김여정 당 부위원장의 담화는 사실상 ‘대남 선제 핵사용 불사’를 선언한 것으로 한국 내에서 핵무장 요구가 분출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금년에만 42차례에 걸쳐 100발의 미사일을 쏘았는데, 그 돈으로 식량을 구입했더라면 북한 주민 모두가 반년을 먹을 수 있는 분량이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북한은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핵무력 고도화와 미사일 발사를 계속했으며, 1953년 정전협정과 2018년 남북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드론을 한국 영공에 침투시키는 도발로 2022년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도 드론 도발에 대한 대응을 공언하고 있어 내년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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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