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지났습니다. 지난해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사태, 시리아 내전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전쟁과 무관하게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도 많습니다. 2022년 전국노래자랑의 영원한 MC였던 송해 선생이 별세했을 때 그리고 2023년 가수 현미 씨가 우리 곁을 떠났을 때 한국 국민은 크게 안타까워했습니다. 두 분 모두 공산 치하를 피해 한국에 와서 크게 성공한 연예인들이었지만 실향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영면했습니다. 작년 7월에는 ‘봉선화 연정’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낸 트로트 가수 현철 씨가 별세하여 많은 사람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습니다. 그가 오랜 무명의 설움을 딛고 뒤늦게 성공한 늦깎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세계적 유명인사들도 신의 섭리에 순응하듯 차례차례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갑진년 세모를 사흘 앞둔 작년 12월 28일,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아 1969년 골든 글로브 여자 신인상을 받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배우였던 미국의 올리비아 핫세가 암투병 끝에 향년 73세로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녀의 청순한 아름다움과 따뜻한 사랑을 잊지 못합니다. 이틀 후인 12월 30일에는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향년 100세로 서거했습니다. 그는 제39대 대통령 재임 중 전 세계를 향해 인권을 앞세운 도덕 정치를 펼쳤고 한국과의 인연도 많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의 거듭되는 군사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자 크게 화를 냈고, 박 대통령은 결국 핵개발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세계를 호령했던 사람도 세상에 태어나면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신의 섭리를 거부할 수는 없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죽음도 많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영면했던 12월 30일 한국의 경희대병원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하키 은메달리스트이자 19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박순자 씨가 5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박 씨는 11월 집 근처 수영장에서 쓰러져 뇌사상태가 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는데, 죽기 전에 자신의 심장, 폐, 간, 신장 등을 4명에게 이식해주었습니다. 박 씨는 생전에 TV 방송을 통해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죽을 때에는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녀는 그 뜻을 실천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죽음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안타까운 떼죽음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12월 29일 오전 9시 전라남도 무안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폭발하여 179명의 고귀한 생명들이 황망스럽게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이 비행기에는 전라남도와 광주에 사는 주민이 대부분인 한국인과 승무원 그리고 태국인 승객 2명이 타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태국으로 3박 5일 연말 휴가를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비행기는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즉 새떼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당해 엔진이 고장난 상태에서 착륙하는 도중에 랜딩 기어마저 작동하지 않아 동체착륙을 시도했는데, 비행기가 활주로를 지나쳐 외벽과 충돌하면서 폭발을 일으킨 것입니다. 정부는 1월 4일까지 애도기간을 정하고 사고 수습에 들어갔습니다. 아들이 보내드린 효도 관광에서 돌아오던 노부모들, 부모를 따라 여행길에 나섰던 아이들, 시부모님이 보내준 위로관광을 다녀오던 며느리 등이 안타까운 떼죽음을 당한 것입니다.
북쪽에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2월 27일 미국 백악관은 지난주에만 북한군 1천명 이상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죽거나 다쳤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인해전술식 공격을 반복하다가 막대한 인명 손실을 입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그는 “러시아와 북한 지휘관들은 북한군 병력을 소모품으로 취급한다”면서 “북한군들은 항복 대신 자살을 하거나 동료에 의해 처형되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향에 남은 가족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의 사상자가 3천 명을 넘었다고 하면서 전사한 북한군이 가지고 있던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편지에는 “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조국은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습니다”라고 한글로 적혀 있었습니다. 북한이 범죄를 저지른 군인들을 감형 또는 사면을 약속하고 러시아로 파병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북한에 있는 부모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 얼마나 비통해 하겠습니까?
이렇듯 갑진년에도 이런 저런 사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는데, 이런 죽음은 을사년에도 이어질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한창 살아야 할 젊은이들이 의미없이 죽어가는 것은 결코 신의 섭리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