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중 수교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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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한중 수교 30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개최되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기념식을 개최하여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 발전을 축하하면서 향후 30년 동안에도 새로운 협력관계를 열어 가기로 다짐했고, 베이징에서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시진핑 주석의 축하 서한을 대독했습니다. 서울의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베이징과의 화상 연결로 ‘한중 수교 30주년 비즈니스포럼’이 열렸는데, 이 회의에서도 양국의 정, 재계 인사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 협력을 확대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그럼에도 기념식에서 쏟아져 나온 풍성한 덕담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30년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 동안 양국 간 경제교류는 실로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GDP는 5.1배 그리고 중국의 GDP는 35.5배나 폭등했습니다. 이런 경제성장에 힘입어 한중 간 교역은 47배나 증가하여 3천억 달러(약 400조 원)에 이르렀고, 중국은 한국 수출의 1/5 이상을 점하는 최대 수출시장이 되었습니다. 투자, 기업 진출, 인적 문화적 교류 등도 급증하여 양국은 말 그대로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가 되었습니다. 서울의 명동 거리는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댔고, 중국 내륙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가난한 중국인들이 부러워하는 ‘돈 잘 쓰는 부자나라 국민’이 되어 관광을 즐겼습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이 중국의 안방을 파고들면서 한류(韓流) 바람이 불었고, 중국의 도시들에는 한국기업들의 간판이 즐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급속도로 경제력과 군사력을 키우면서 그리고 2012년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현상타파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신냉전 시대가 개막되고 미중 간 대결구도가 심화되었습니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화평굴기(和平崛起)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나라가 아닙니다. 중국은 러시아, 북한, 이란, 시리아 등 권위주의 독재국가들과 한 편이 되어 신냉전 대결구도의 한 쪽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 나라들은 지금 세계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싫어하는 비호감 국가가 되어 고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외치면서 남중국해를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여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촉발하고 있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통해 글로벌 세력으로 변신하고 있으며,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자 군사대국으로서 경제, 정치, 군사, 우주, 반도체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도 달라졌습니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 종주권 의식을 드러내면서 ‘주권평등과 상호존중’이라는 합리적 원칙은 통용되지 않게 되었으며, 힘을 앞세운 중국의 비합리와 우격다짐으로 한중관계에도 긴장이 높아졌습니다. 시진핑 정부 이전까지 중국은 서해의 중간선인 동경 123.5도 이동(以東) 해역에 군함을 보내는 것을 자제했지만, 금년들어 서해에서 100여 차례 해상훈련을 실시하면서 오성기를 단 군함들이 빈번하게 124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는 124도를 해상경계선으로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남북한의 영토 주권을 무시하고 서해의 대부분을 영해로 만들려는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서해 중간선을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로 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묵살하고 있으며, 중국 군용기들은 수시로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어도 입을 닫고 있으며, 중국 동해안에 위치한 47기의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방사능이 한반도를 강타하겠지만 대책을 거론한 적도 없습니다. 지금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지지하면서 신냉전 대결구도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한중관계가 가시밭길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합니다. 금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당 총서기의 3연임이 확정된다면, 중국의 대국주의와 팽창주의 행보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은 중국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중국이 주권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하에 이웃 국가들과 교류하고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지지하거나 북핵을 두둔하기보다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역할을 다한다면 중국에 대한 세계의 비호감도는 개선되고 한중관계도 또 한번의 황금기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