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시리아 독재정권이 남긴 인권유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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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 날입니다. 한국의 교회와 성당들은 성탄절 예배와 미사를 드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전날)에는 길거리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졌고, 서울의 홍대 거리, 이태원, 두산타워 광장 등에는 청춘 남녀들이 추위도 잊은 채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이런 날에 인권을 유린당했던 시리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니 기분이 묘합니다. 지난주에 시리아 반군들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데 이어 오늘은 알아사드 정권이 자행했던 인권유린 현장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반군이 시리아를 점령한 다음날인 12월 9일 다마스쿠스와 다른 도시들의 길거리는 독재 종식을 축하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독재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모두가 환호했고, 알아사드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애도도 이어졌습니다. 반군들이 수십만 명의 정치범들이 있던 감옥들을 개방하자 실종된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렸습니다. 특히, 다마스쿠스 북쪽 30㎞에 위치한 세드나야 감옥에는 체포·투옥된 지인을 찾는 사람들, 아버지를 만나려고 온 자식들, 남편을 찾으려 온 아내들, 삼촌과 형제를 만나려 온 사람 등으로 가득 찼습니다. 오랜 수감과 고문으로 산송장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만나 울음을 터뜨리는 가족도 있었고, 실망 속에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이어졌습니다. 40년간 행방불명이었던 가족을 재회한 사람도 있고, 40년 전 대학생 때 실종되어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을 찾은 노부모도 있었습니다.

세드나야 감옥의 내부를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들이 전파되면서 세상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져야 했습니다. 세드나야는 알아사드 정권이 반대자들을 수감해 온 대표적인 감옥으로 2011년 내전 발발이래 3만 명 이상이 처형되거나 고문과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외부에는 대전차 및 대인지뢰가 촘촘하게 매설되어 있었고 내부에는 수감 시설과 고문시설이 있는 두 개의 건물과 교수형 집행 시설인 ‘화이트 빌딩’ 그리고 처형한 시신을 소각하는 화장시설이 있었습니다. 고문의 흔적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곳곳에 밧줄을 비롯한 각종 고문 도구가 널브러져 있고, 독방에는 썩은 물과 피가 고여 있었으며, 시신을 으스러뜨려 압착하는 유압 프레스도 발견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 도살장이었습니다.

세계에는 세드나야 말고도 악명 높은 감옥들이 많습니다. 스페인의 무르시아 교도소, 브라질의 캄포스 교도소, 태국의 반쿠안 형무소, 베네수엘라의 사바네타 형무소, 러시아의 패타크섬 교도소, 튀르기예의 리야라비키르 형무소 등은 잔혹하기로 소문난 감옥들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요덕, 회령 등지에 있는 관리소, 즉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들도 폭력과 굶주림 그리고 공포와 죽음이 난무하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물론,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정당하게 운영되는 유명한 감옥들도 있습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급증하는 살인 및 폭력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코트 교도소를 건설하고 갱단들을 잡아넣자 범죄 발생은 1/3로 줄었습니다. 1933년부터 1963년까지 흉악범을 수감했던 미국의 알카트라즈섬 연방교도소는 탈출이 불가능한 감옥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어 방문객들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반군들은 러시아로 망명한 아사드 전 대통령의 저택도 공개했습니다. 독재자의 저택에는 람보르기니, 페라리, 애스턴 마틴, 렉서스 등 고가의 자동차들이 즐비했고, 대리석 바닥에는 붉은 고급 카펫이 깔려 있었으며, 옷장에는 디올 명품 가방과 의류가 가득했습니다. 이렇듯 이번 시리아 사태는 무수한 사람들이 인권을 유린당하고 죽어갔던 현장과 함께 그들을 죽인 독재자가 지냈던 현장이 고스란히 공개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마스쿠스는 8천 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과 함께 이슬람 문화의 4대 도시입니다. 수많은 이슬람 학자들의 수련장이었으며, 중세에는 십자군을 저지하는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또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아라비아 반도 등을 연결하는 통상의 중심지였습니다. 수많은 역사적 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자 인류의 문화유산입니다. 우리는 이 도시가 더 이상 인권 유린이 없는 자유로운 나라의 수도로 번영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