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폐쇄정책과 인적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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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일한 사립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외국인 출신 교직원 수가 72.5% 감소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뉴스에 의하면 2018년 가을학기가 시작된 9일 현재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외국인 교직원은 28명으로, 3년 전 2015년 가을학기 때 130명보다 무려 102명이 줄었습니다. 이는 대북제재와 미국정부의 미국인에 대한 북한 여행금지조치로 미국인 교직원 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평양과학기술대학은 2010년 한국의 대학과 해외동포, 종교계 등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었습니다. 대학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어 외국인 교수 채용을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대학에서 강의하는 외국인 교수들과 직원들은 북한학생들을 위해 자기비용을 내서 항공권을 사고 북한체류비용을 지불하면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지만 대학에서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그런데 북한정부는 그들을 의심하면서 감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법 위반으로 몰아 구금까지 했습니다. 북한은 대학에서 일했던 김상덕, 김학송 씨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억류했다가 지난 5월 첫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석방했습니다.

대학에는 현재 정보통신공학부, 농생명공학부, 산업경영학부만 개설되어 있어 보건의료학부, 건설공학부를 신설하려고 계획했지만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재정과 인력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남한과 미국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처음에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할 때 북한지도부는 대학에서 남한교수들이 강의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믿고 남한사람들이 대학설립자금의 대부분을 부담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이 설립되자 북한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남한교수들은 과학기술대학에서 강의할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세계은행은 인적자본지수(HCI) 개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인적자본지수는 태어난 아이가 18세까지 성장했을 때 얻게 될 인적 자본의 총량을 측정한 값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얼마만한 능력을 가지게 되겠는가를 숫자로 예측한 값입니다. 인적자본지수는 그 나라의 보건, 교육 상황을 분석하여 측정한다고 합니다. 이번 인적자본지수 측정결과 1위 싱가포르, 2위 한국, 3위 일본, 4위 홍콩 등으로 순서가 발표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남한은 가장 짧은 기간에 뒤떨어진 나라로부터 발전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 선 성공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에는 남한주민들의 남다른 교육열이 한몫 했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에서 늘 말하는 것처럼 남한주민과 북한주민은 한 민족입니다. 그러므로 타고난 지적 능력은 같습니다.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강의한 교수들은 북한학생들이 너무 똑똑하고 학습열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강의를 받는 학생들이 너무 정열적이어서 보수는 없지만 계속 남아 강의하고 싶다는 교수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주민들의 인적 능력은 세계 최고에 속하지만 북한주민의 인적 능력은 하위에 속합니다. 남북의 서로 다른 교육조건이 이렇게 같은 사람을 차이 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발전의 동력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인적자본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남한보다 지하자원이 많다고 하지만 개발 가능한 자원은 그리 많지 못합니다. 자원은 캐내어 쓰면 없어집니다. 그러나 인적 자본은 마르지 않는 자본입니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적 자본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그래서 북한지도부도 교육 발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폐쇄정책이 지속되는 한 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