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 음주접대 사건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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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1월 말, 당 중앙위원회 8기 30차 비서국 회의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이 신문,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그에 의하면 온천군에서 새해 당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군당 전원회의를 열었는데, 회의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었고 참가한 40여 명의 일꾼들이 군내 음식점에서 집단적으로 음주 접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우시군에서는 군 농업 감찰 기관이 농업 부문 사업을 원칙적으로 감찰할 대신 권한을 악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비서국 회의에서는 남포시 온천군 당 위원회를 해산하고, 특대 사건 가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리안을 선포했습니다. 또한 우시군 농업 감찰 기관을 해산하고, 우시군 당 위원회 책임비서와 우시군 농업 감찰 기관 감찰원들에 대한 엄정한 처리안도 선포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은 안일 해이, 특권 행사 등 당 조직규율 위반, 도덕문화문란죄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특대형범죄사건으로 규정하고 반당 반혁명 범죄가 발생했을 때나 하던, 당 위원회 해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간부들이 음식점에서 공짜로 먹었으니 주민들을 약취한 것은 죄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간부들이 주민들을 약취해서 사는 것이 일상화된 곳입니다. 북한에서는 공식 월급으로 최고위급 간부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듭니다. 작년에 월급을 좀 올렸지만 중간 간부의 경우 기껏해야 20만 원 정도로, 환산하면 10달러도 안 됩니다. 간부들이 특례로 쌀 배급을 받는다 해도 다른 모든 것은 거의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니, 주민들을 약취하지 않으면 기초 생계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30여 년 지속되면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약취해서 생존하는 거대한 먹이사슬이 형성되었습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을 직접 착취하는 말단 간부를 미워하지만 사실 하부 간부들은 먹이사슬의 하단에서 상급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법은 간부들의 뇌물 수수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북한지도자가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 북한은 이렇게 중대한 당내 결함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제때에 특대 사건화 하는 것이 혁명에 이롭고 유익하다고 자부했습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긍정 감화 교양을 주장하면서 신문 방송에 비판 기사를 싣지 않았습니다. 간부들이 과오를 범하면 당 위원회에서 비판하고 처벌했지만, 그에 대해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수령을 과오를 범할 수 없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칭송해왔습니다. 그러므로 당과 국가사업에서 결함을 인정하는 것은 수령의 무오류를 부정하는 것이며 수령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비판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은 선전 프레임을 바꾸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시기에는 당과 국가 사업에서의 결함이 지도자와 직결되었지만 오늘에 와서는 지도자가 아니라 아래 간부들 탓으로 된 것입니다.

작년 8월 말에도 북한 관영언론은 홍수와 폭우로 침수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정치국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한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김정은은 간부들이 “큰물 피해 방지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아 재난적 상황을 초래하고야 말았다”며 “주요 직제 일꾼들의 건달 사상과 요령주의가 정말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질책했습니다. 또한 직무 수행을 심히 태공(태만)한 간부들을 교체한 사실도 알렸습니다. 신문, 방송은 김정은이 수해지역을 고무보트를 타고 직접 돌아보는 사진을 크게 소개함으로써 인민을 위해 한 몸 바쳐 분투하는 지도자와 무책임하고 요령주의만 부리고 있는 간부들을 비교하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체제는 지도자 1인에 모든 권력이 집중된 체제로, 간부들에게는 권한이 없으며 따라서 성과나 결함의 근본 원인은 모두 지도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는 권력은 조금도 양보하기 싫고, 책임도 질 수 없어 비겁하게 모두 아래에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 이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