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과거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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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지도부가 70년대 80년대의 대중운동을 다시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며칠 전 로동신문에 “일심단결, 경제건설, 과학교육사업, 도덕기강확립에서 전환을 일으키기 위해서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힘 있게 벌려나가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금년 3월에는 제5차 3대혁명소조 기술혁신전시회를 개최하고 10월에는 당창건 일을 맞으며 '3대혁명 소조운동'에서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3대혁명소조운동도 활성화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은 이미 생활력을 잃은 천리마운동을 대신해서 한 단계 더 발전된 대중운동을 전개한다는 표제 하에 1980년대에 발기하고 추진한 운동이지만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보아도 대중운동으로서 성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3대혁명소조운동은 1970년대 정권세습을 보장하기 위한 정치적 운동으로서 기능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설사 그 당시 성과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30년 40년이 지난 오늘 수명을 다한 운동을 다시 되살리려고 시도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북한은 지난 시기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닫아걸었습니다. 사회주의국가들이 모두 체제전환을 하는 상황에서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실이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정책의 결과 다른 사회주의나라의 정권이 모두 교체되었지만 북한지도부는 정권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낙후는 더 심화되었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이 끝난 이후에도 북한경제의 회복속도는 눈에 알리지 않을 정도로 느렸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그 사실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항상 북한이 발전한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북한의 지도자는 현실을 용감하게 인정했습니다. 2012년 4월 15일 전체 인민 앞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남한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조선은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지난시기 북한지도부가 주민들에게 늘 해오던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나라’, ‘주민들이 가장 행복하게 사는 나라’라는 거짓선전을 그만두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난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수령이 내놓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수령을 신으로 받들어 모시는 국가에서 수령의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은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주요한 문제입니다. 국제사회도 이를 알고 있어 새로운 지도자의 솔직성에 호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가난을 인정했지만 정책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30년 40년 전에 추진했던 사업을 지금에 와서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그를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젊은이는 미래를 꿈꾸지만 늙은이는 과거를 추억한다고 합니다. 젊은이는 지금보다 앞날이 더 중요하지만 늙은이는 미래보다는 과거가 더 좋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010년 이후 북한지도부의 중요한 목표는 세계입니다. 과학과 교육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며 평양도 세계적인 도시로 건설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래로 세계로 도약하려면 목표만 미래지향적으로 세울 것이 아니라 추진방법도 미래지향적으로 수립해야 합니다.

구시대의 유물인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이나 3대혁명소조운동을 되살릴 것이 아니라 국가운영체계를 미래지향적인 체계로 바꾸어야 하고 경제시스템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