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신의주 간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끝났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북한의 열차속도가 시속 20~60km라는 사실은 남한주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남북 철도를 연결해도 시속 200km가 넘는 남한 열차가 북한 철도 위로 달릴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1945년에 한반도 전체에 약 6,000km가 넘는 철도가 건설되어 있었습니다. 그중 북한에 4,000km 철도가 있었습니다. 해방 후 북한은 철도에 투자를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적은 투자마저 주로 철도 전기화 투자였지 철도복선화나 철도현대화 투자는 아니었습니다. 남한이 세계은행(WB)에서 받은 첫 차관으로 철도 건설을 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철도 대부분은 일제시기에 건설한 것을 쓰고 있는데 보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철길노선이 곧지 못하고 노후화되어 있습니다. 남한 전문가들은 북한 철도를 보수한다는 것은 새로 건설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북한당국은 남한 측에 철도를 보수할 것이 아니라 고속철도를 건설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물론 후진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발전단계를 뛰어 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발전단계를 뛰어 넘으면서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어느 나라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에 수많은 발전도상국이 있고 모든 국가는 선진국대열에 들어설 것을 희망하지만 오늘 그 꿈을 실현한 나라는 남한을 비롯하여 몇 개 나라밖에 없습니다. 고속철도 건설 하나만 보아도 한국의 건설비 기준으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갑니다. 북한의 경의선철도만 해도 고속철도로 바꾸려면 적게 잡으면 7억 달러 많이 잡으면 8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무역이 가장 활발했던 2016년 북한의 수입 수출액을 모두 합해 65.5억 달러였습니다.
또한 철도를 건설했다 해도 많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북한은 무엇보다 고속 철도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현재 북한전기는 양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질이 낮아서 현대적인 설비를 가동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면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합니다. 그리고 철도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새로 교육해야 합니다. 그리고 건설에 투자된 비용 회수도 문제입니다. 투자는 이득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상황에서는 고속철도를 운영해도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운영조차 어렵습니다. 비싼 철도운임을 주고 기차를 타고 다닐 손님도 없고 철도를 통해 나를 물동량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철도에 들인 돈을 회수하는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추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장 걸림돌로 되는 것은 핵 미사일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풀리기 전에는 어떤 나라나 기업도 북한에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2018년부터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투자해서 나라경제를 세계적 수준에 끌어올릴 야심찬 계획을 실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후진국이 고속경제성장을 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투자유치는 제재가 풀린다고 거저 되지 않습니다. 투자는 투자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이해관계가 조정되어야 하고 투자이후의 경영과 투자회수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공장을 경영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남북철도 연결사업이 보여주는 것 같이 고속철도 같은 대규모 산업기반 건설과 운영을 남한 돈을 들여서 건설해 놓고 겉멋을 낼 수 있는 평양의 거리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북한지도부의 수준으로는 선진국으로 도약은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핵과 경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는 지도부의 비현실적인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북한이 선진국에 들어서려는 희망은 장밋빛 꿈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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