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8차 대회 참가자들이 선물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선물 없이 돌려보냈을까? 논의가 분분합니다. 북한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선물을 챙겨줄 돈이 없었을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일하는 대회로 만들라는 상부의 지시 때문에 선물이 없었다고도 합니다. 코로나 확산과 추위속에서 강도 높은 회의 일정을 소화하느라고 고생한 대표들이 기대했던 선물 박스가 없이 돌아왔으니 그 실망감이 매우 컸을 것입니다. 집에서 기다리던 식구들도 참 허무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선물은 인정을 담아서 주는 물건을 의미합니다. 외국이나 남한에서는 생일, 크리스마스, 어버이날 같은 때에 선물이 많이 오갑니다.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정을 이어갑니다. 선물은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정치가들은 주민들의 동의와 복종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선물을 이용합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도 선거 때 주민들에게 지지표를 얻기 위한 선물 공세를 펼칩니다. 독재국가에서도 대중의 지지를 필요로 하므로 선물을 통하여 주민들의 복종을 이끌어냅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선거 때 선물공세를 벌인 것이 드러나면 법의 처벌을 받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그를 제어하는 법이 없으므로 대규모 선물공세도 가능합니다. 독재자는 선물을 줄 무한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고 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주민들 간에 오가는 선물이 제일 적은 나라에 속할 것입니다. 남에게 선물을 줄만큼 생활이 넉넉한 주민도 많지 않고 크리스마스나 학생들이나 연인들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빼빼로 데이, 발렌타인 데이 같은 명절도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간부들이 파벌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들 간에 선물을 주고받을 수 없으며 선물은 오직 수령만 줄 수 있다고 규정한 10대원칙도 있습니다. 대신 북한은 수령의 선물이 제일 많은 나라에 속할 것입니다. 1970년대,김정일이 등장하면서 간부들과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대적인 선물공세를 펼쳤습니다. 통이 크게 전국의 학생들에게 교복과 학용품, 아이들에게 사탕과자를 선물했습니다. 그러나 선물을 제일 많이 받은 대상은 간부들이었습니다. 고급 승용차, 선물시계, 컬러 TV 등 당시로서는 희귀했던 물건이 간부들에게 지급되었습니다. 당대회를 비롯하여 각종대회들이 선물을 지급하는 회의로 되었습니다. 대회의 중요성은 그 회의에서 토론되는 내용보다 선물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1990년대 나라 경제가 파산하면서 선물의 질과 양이 이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다시 통이 큰 선물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평양에 거리를 건설하고 아파트를 과학자들에게 선물하는가 하면 수해 지역주민들에게 살림집을 지어 선물하고 있습니다. 선물전달식에 참가해서 수령의 은혜를 고마워하며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고 있습니다. 주택 건설에 바친 주민들의 노력과 자금은 수령의 은혜로 바뀌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서도 선물 특혜는 간부들에게 우선권이 차려졌습니다. 주택을 선물할 때 먼저 좋은 집은 간부들이 차지했고 7차 당 대회 때는 평면 TV를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당대회에서만은 간부들에게 잡곡밥과 옥수수 국수를 먹이고 보온도 제대로 안 된 추운 방에서 재우면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간부들 속에서 부정부패를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일성고급당학교 사건, 평양의학대학 사건 등을 계기로 전국에 검열조를 파견하고 부정부패행위를 단속하고 있으며 적발된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당대회도 그 연장으로 간부들 길들이기 대회로 된 셈입니다.
당 대회에 참가할 엄두도 못 내는 일반 주민들은 당대회 선물이 없다는 말에 오히려 좋아할 것입니다. 간부들을 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어려운 생활고의 근본원인은 간부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열심히 일하는 원수님’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주민들은 그러한 간부들을 양산한 것은 수령이 만든 제도라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재체제는 각성하지 못한 대중의 지지에 의해서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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