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지도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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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중앙정보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하고 국가별 국방비 현황을 담은 온라인 ‘월드 팩트 북’을 공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정규군이 120만 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주민들에게 투자해야 할 국가 자원을 핵·미사일 등 군사비에 대규모로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규모 군사비 지출과 탄도미사일, 핵 프로그램 개발로 인해 투자와 민간 소비에 필요한 자원이 소모됐다"며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만성적인 경제난의 핵심 배경 중 하나”로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국방비 지출 때문에 어렵게 산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우리가 국방비를 조금만 줄이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지만 미제와 맞서서 조국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 매더라도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득해왔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국방비로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7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와 동등하게 전체 국가 예산의 15.9%로 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의 지난해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의 23.3%를 국방비에 지출했습니다. 북한은 국방비의 상당 부분을 간접국방비로 보충하므로 미국무부의 보고서에 지적된 숫자가 더 정확할 것입니다. 미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평균 4.2%, 한국은 2.6%입니다. 북한의 국방비 지출비율은 미국이나 남한에 비해 거의 10배 이상 높은 것입니다. 북한은 국내총생산대비 국방비지출 비율에서 11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국방비는 액상으로는 높지 않습니다. 2020년 북한의 국방비는 16억 달러로 세계 74위, 남한은 440억달러로 세계 9위였습니다. 남한의 국방비 지출 비중은 북한의 1/10밖에 안되지만 절대액은 24배나 높았습니다. 그것은 북한의 GDP가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국내총생산액은 315여억 달러로 남한의 1/54, 즉 1.8%밖에 안됩니다. 그에 비해 북한은 군병력은 세계 최대로 유지하고 있어 군인들의 식량이나 생필품 같은 가장 기초적인 물자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기간 북한은 수령의 현명한 영도에 대해 선전해 왔지만 지금까지 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사회주의국가들이 노선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걸을 때 북한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회주의를 고집하면서 30여년의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실패한 국가를 유지하려 하니 주민동요를 막기 위해 선군정치를 표방한 군사독재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국방비에 돈을 쏟아 붓다 보니 파산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게 함으로써 나라의 경제상황을 계속 악화시켰습니다.

김정은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은 비대칭무력인 핵무기를 만듦으로써 국방비를 줄이고 인민생활을 높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핵개발을 완성을 선포한 이후에도 국방비 지출비중은 크게 줄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예산에서 국방비 비중은 2013년 16%에서 0.1% 감소한 데 불과합니다. 이는 핵개발의 근본 목적이 국방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국방비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10년 전 남북의 1인당 GDP 비율은 20.5:1이었으나 2020년에는 27:1로, 차이가 더 커졌습니다.

2월 8일은 조선인민군 창건일입니다. 이날을 맞으며 북한지도부는 북한군의 위력에 대해 자랑하면서 군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과업으로 사상과 도덕, 첨단화된 현대적인 군을 강조했습니다. 이 과업은 경제발전이 없이는 수행할 수 없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핵을 포기해야 하는데 핵을 포기하고 권력을 유지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북한의 미래는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