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주재하던 러시아 외교관들의 귀국 풍경이 인터넷에 올라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대사관에서 근무하던 8명의 직원과 가족들은 혹한의 추위 속에서 발로 밟아서 운전하는 도르래(레일 바이크)를 타고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철로를 통해 러시아로 귀국했습니다. 이들은 평양에서 출발해 기차와 차량으로 34시간 가량을 이동해, 국경인 함경북도 나선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철길용 수레(도르래)를 타고 1km가량 철길을 이용해 국경을 건넜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한은 도로가 발전하고 자동차가 늘면서 철도운행이 필요하지 않게 된 곳이 많습니다. 철도운행이 폐쇄된 곳에서는 레일을 걷어낸 것이 아니라 전기로 움직이는 도르래를 운행하여 사람들이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관광지로 만들었습니다. 관광지에서 운행하는 도르래를 ‘레일바이크’라고 합니다. 러시아 대사관 관원들이 타고 국경을 넘어간 도르래는 일종의 레일바이크였지만 달랐습니다. 짐을 싣도록 크게 만든 데다가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수동 도르래였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이라고 하면 귀족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생활하는 사람들로 알려진 외교관이 가족들과 함께 짐이 한가득 실린 수동도르래를 발로 밟으며 국경을 넘는 모습은 위험 직전 탈출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서 “러시아 만세!”를 외치는 그들의 얼굴은 안도감과 환희로 빛났습니다.
외교관들의 증언에 의하면 국경봉쇄가 길어지면서 평양에서 밀가루, 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사기 어려워졌고, 맞는 옷과 신발도 없는데 가까스로 구해도 국경봉쇄 이전에 비해 가격이 3, 4배가 비싸다고 합니다.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은 서로 옷과 신발을 교환하며 자녀들에게 입히면서 난관을 이겨내 왔는데, 문제는 의약품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강력한 코로나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어 북한 내 외교관들은 물론 국제기구 직원들이 지난해 1월부터 평양 밖으로 여행하는 것이 금지됐고 외교관 어린 자녀들은 대사관 밖을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은 자신들의 이미지가 외국에 나쁘게 알려지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외교관들을 위해서 특별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외교관들은 본국에서 월급도 많이 받고 외교특권을 가지고 있어 북한당국이 막무가내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 어려워 평양의 상당수 외교관 및 국제기구 주재원들은 이미 평양을 떠났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월급도 없고 식량도 부족하고 식용유, 설탕 등 식료품도 값이 올라 사기 힘듭니다. 그리고 약이 없어 병에 걸리면 자연치유를 기다려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놓입니다. 전기도 잘 안 오고 땔감도 부족합니다. 북한주민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조건에서 사는 외교관들도 버틸 수 없다고 하는 그 땅에서, 북한 주민들은 모든 것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초보적인 의료 설비도, 약도 없는 북한에서 지도부는 코로나를 막기 위한 최선의 대책으로 국경 봉쇄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몇달도 아니고 1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를 국경봉쇄로만 막아내려 하니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수십 년간 경제적 자립을 주장해왔지만 북한경제는 수출 수입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외국 의존형 경제’로 바뀐 지 오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덮어놓고 국경 봉쇄만 고집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정책입니다. 주민들속에서는 “코로나로 죽기 전에 굶어서 죽겠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랩니다.
생필품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속하는 항목이 아닙니다. 방역대책을 철저히 수립해서 코로나 유입을 막으면서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생필품과 식료품 수입을 재개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도움도 받아야 합니다. 현재 북한은 핵개발, 해킹 등의 불법행위로 신뢰를 많이 잃었지만.그래도 북한주민들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한도 북한이 요구한다면 코로나 방역을 돕겠다고 여러 차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제안을 외면하고 여전히 국경 봉쇄만 고집하고 있는 북한지도부의 행태는 과연코로나 방역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진의를 의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