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3.8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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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월 8일 국제부녀절입니다. 3.8 국제부녀절은 사회주의 운동의 선두에 섰던 독일의 클라라 제트킨과 러시아의 콜론타이의 주도하에 제2인터내셔널의 노동여성회의에서 제정되었습니다. 당시 자본주의발전과 더불어 많은 여성들이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여 미국 뉴욕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었습니다 제2인터내셔널에서는 매년 같은 날, 모든 나라에서 동시에 여성의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여성의 날' 행사가 제안되었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1911년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 개최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해방 이후부터 3.8절을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련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던 시기에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높았고 3.8국제부녀절도 크게 기념했으나 1960년대 북한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3.8절의 중요성도 퇴색되어 갔습니다. 3.8절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김일성의 부인인 김성애가 여맹위원장으로 등장하면서였습니다. 1970년 전후 시기에는 여맹이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등장하면서 김성애와 권력투쟁으로 여맹은 숙청대상으로 되었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할 때까지 북한 여맹은 거의 존재가 없었고 국제부녀절도 그냥 넘어갔습니다.

북한에서 다시 국제부녀절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5년부터였습니다. 고난의 행군은 여성들을 선두에 세운 행군이었습니다. 국가경제의 파산으로 공장이 멎어 서고 배급이 중단되어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 죽어 갈 때 지도부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군 정치를 주장하면서 없는 돈을 털어 군을 유지하는데 쏟았고 남성들을 군과 국가에 묶어 놓았습니다. 가족의 생계 유지는 고스란히 여성들의 몫으로 되었습니다. 여성들은 시장을 만들어냈고 부업과 장사로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렸습니다. 여성이 없이는 남성 동원도, 나아가 국가 유지도 불가능해졌습니다. 여성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 절실히 필요했던 김정일은 1995년, 3.8절에 노동신문에 기념 사설 조차도 싣지 않았다고 간부들을 나무라며 여성 명절을 크게 쇠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정은이 등장한 2012년 북한은 3.8절을 크게 기념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지도자의 참가 하에 은하수악단의 3.8절 기념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정치적 지반이 약했던 지도자에게 여성들의 지지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듯 북한의 3.8절은 지도자의 관심에 따라 중요도가 변해왔습니다.

남한에서도 3.8절을 기념합니다. 국제부녀절은 사회주의국가에서 쇠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전에는 명절을 쇠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75년 유엔에서 이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정했고 1977년 모든 나라에서 1년중 하루를 여성의 날로 정하고 여성들의 연대성을 강화하도록 할 데 대한 결정이 채택되면서 3.8절에 대한 금기가 점차 사라졌고 2018년에는 법정 명절로 되었습니다. 남한에서는 여성들의 명절에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여성들 스스로 한국여성대회를 지역별로 개최하고 여러 여성단체들이 모여 여성들의 권리를 높이기 위한 문제를 토론하고 알리며 축하하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올해는 많은 지역에서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진 여성들의 문제를 토의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행사들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회의, 기자회견, 휴대폰으로 축하하는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벌렸고 스스로 자신들의 명절을 축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당의 지도하에 3.8절을 쇱니다. 3.8절에 신문과 방송에 모범적인 여성을 소개하며 3.8절 기념 공연도 하고 축하 엽서도 발행하지만 이러한 행사를 지시하는 것은 당입니다. 3.8 국제부녀절을 통해 목적하는 것은 여성들이 지도자의 은혜를 잘 알고 당과 수령에 충성을 바치도록 교양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3.8 국제부녀절도 지도자의 소관이 아닌 진정한 여성의 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