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시장경제와 국가계획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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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영 기업소들에 계획 수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권기관들이 운영하던 회사와 개인들의 시장 활동도 국가의 통제하에 두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입니다. 사회주의경제의 중요한 특징은 생산수단에 대한 국가 소유입니다. 마르크스는 착취의 원인을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소유에서 찾았습니다. 자본가가 돈을 버는 이유는 생산수단을 소유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윤은 오직 노동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서만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첫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에서는 마르크스의 이론대로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철폐하고 국가와 협동 단체의 공동소유로 만들었습니다. 북한 역시 사회주의혁명을 통해 1958년 모든 생산수단을 국가소유로 만들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는 발전 초기에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소련은 국가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함으로써 뒤떨어졌던 농업국가에서 발전된 공업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성장속도가 떠졌습니다. 1980년대 말에 와서 소련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주의국가들 중 가장 발전했다고 하는 동독도 서독의 1/4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북한도 사회주의나라들의 원조와 주민 동원으로 1960년대까지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1970년대부터 점차 하락하기 시작하여 1980년부터는 급속히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자본주의시장경제가 사회주의국가경제보다 더 빨리 발전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공동의 이익보다 자기의 이익을 취하는데 더 열심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사람의 사상이 발동되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 합니다. 사상교양을 해서 집단주의 정신으로 무장시키면 사람들이 자기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더 성실히 일하게 되어 경제가 빨리 발전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국가적 필요가 아니라 개인의 욕구입니다. 북한에서 농장 밭의 옥수수는 새들새들하고 노랗게 물들었는데 텃밭의 옥수수는 퍼렇게 독이 올라 튼튼하게 자라는 현실이 이를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 소유는 주인 없는 소유에 가까웠습니다. 북한에서 “국가 재산은 벼락맞은 소고기, 가져가는 것이 임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국가 재산은 관리가 허술했습니다. 또한 개인소유는 자기 방식대로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머리를 쓰고 남이 해보지 못한 사업에 뛰어 들어야 하는데 국가 기업은 그렇게 운영하기 불가능합니다. 결국 북한의 국영기업소들은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으로 되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에도 사적 소유가 생겨났습니다. 국가의 통제로 많은 제한을 받았지만 개인들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돈을 벌었습니다. 개인들 수중에 자본이 적지 않게 축적되면서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과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권 기관의 외화벌이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받아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고 이는 북한경제발전에 일정하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끝내고 경제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시장의 힘입니다.

그런데 북한지도부는 당제8차대회에서 경제발전의 총적 목표를 시장경제의 발전이 아닌 사회주의국가경제의 복구로 정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시장경제를 가로막는 이유는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입니다. 1인 독재는 정치권력만으로 만족할 수 없습니다. 경제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야 실질적인 독재가 보장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독점은 필연적으로 경제적 침체로 이어지며 그로 인해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된다는 것은 70여년에 걸친 사회주의역사가 확인해 준 진리입니다. 사적 소유를 허용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이 북한경제의 유일한 출로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