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근로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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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한에서는 유튜버가 인기입니다. 인터넷이 잘 되지 않는 북한주민들은 유튜버란 말이 생소할 것입니다. 유튜버란 자체로 영상물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입니다. 이전에는 영상물을 만드는 사람이 연출가, 촬영가 등 전문가들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편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영상물을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시청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상물을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게 되면 유튜버에게 돈까지 지급해주고 있어 유튜버는 취미생활이 아닌 직업이 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중에도 유명 유튜버가 많습니다. 그런데 온지 얼마 안되는 탈북민이 유튜브에서 근로계약서를 쓰던 이야기를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취직하려고 사장과 마주앉았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체득한 자기의 실력이 남한에서도 꽤 쓸만하겠는지, 괜히 능력도 안되면서 취직해서 오히려 기업에 손해를 주지 않겠는지 걱정되어 사장에게 말했습니다. “사장님 일 시켜 보시고 제가 잘하지 못하면 아무 때나 잘라도 괜찮습니다.” 그랬더니 사장이 펄쩍 뛰면서 “마음대로 자르다니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법에 걸려요”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남한이 북한보다 더 사회주의적이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한에서는 근로자를 일 시키려면 반드시 계약서를 써야 합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근로자를 고용하면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 근로시간, 근무일, 임금과 수당, 유급 휴가에 대한 내용이 밝혀져 있어야 하는데 그 내용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말아야 합니다. 일 시켜 보다가 잘못한다고 해서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 자르면 당연히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그리고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부득이하게 노동시간을 초과할 때는 평시 임금의 1.5~2배로 초과 수당을 지불해주어야 합니다.

임금도 기업주 마음대로 낮출 수 없습니다. 법에서 규정한 최저임금보다 많이 주는 것은 괜찮지만 적게 주면 법에 걸립니다. 남한의 2021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720원(7.8 달러)입니다. 하루 8시간 일 시키면 62.4달러 이상 무조건 지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고용한 로동자에게는 의무적으로 하루 월급을 더 주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휴식을 해야 하니 휴식 일에도 월급을 주어야 한다고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남한 근로자들은 자기와 관련한 법 조항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남한의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노동법이 있습니다. 1978년 4월 18일은 북한에서 노동법을 발포한 날입니다. 북한은 이 법이 노동생활분야에서의 성과를 법적으로 공고히 하고 근로자들의 노동에 대한 권리와 이익을 가장 철저히 옹호하는 참다운 인민의 노동헌장, 노동문제의 종국적 해결을 위한 길을 뚜렷이 밝혀주는 과학적인 노동법전 이라고 자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근로자들은 노동법에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노동법이 실지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8시간 노동제를 실시했다고 그렇게 많이 자랑했지만 필요하면 아무 때나 연장노동이나 휴일 노동에 동원시킵니다. 북한주민들은 노동시간 외 일을 했다고 해서 월급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조차 못합니다. 가장 억울한 것은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시장에서 쌀 1kg도 살 수 없는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껌 값도 안되는 월급을 주면서도 일하러 나가지 않으면 노동단련형을 부과합니다.

북한 당국이 노동자 농민이 착취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비판하는 자본주의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인간적 착취, 무임금 불법 노동이 북한에서는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 발휘’의 미명하에 공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근로자는 국가와의 관계에서 항상 피동적인 위치에 있다 보니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합니다. 북한 근로자들도 남한처럼 고용주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면 제일먼저 어떤 권리를 넣고 싶을까 생각해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