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경제 특권과 내각 중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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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작년 8차 당대회에 이어 올해 당중앙 전원회의에서도 경제발전을 위한 기본 방도로 내각책임제, 내각 중심제를 강화할 데 대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경제는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국가계획에 기초하여 경제를 통일적으로 관리운영합니다. 그러므로 경제 관리를 담당한 내각이 경제를 관리운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내각 중심제, 내각 책임제를 강조하는 것은 내각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한 내각은 허울만 있을 뿐 내속은 없는 기관으로 변한지 오랩니다. 경제를 운영 하려면 투자할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내각이나 내각이 관할하는 조선중앙은행에 자금이 없습니다. 1990년대 대부분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었고 아직까지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사 가동한다 해도 적자만 나는 공장이 대부분이므로 중앙은행에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돈을 버는 기업들은 수출 기업들인데 수출기업의 대부분은 내각에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돈을 제일 잘 버는 회사는 중앙당 39호실 산하 기업입니다. 39호실 산하 기업들인 대성 총국 금강관리국, 낙원지도국, 모란지도국 경흥관리국 등 산하 기업들이 많은 외화를 벌고 있지만 번 돈은 내각이 아니라 모두 김정은에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당 부처들과 국방성,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등 힘있는 기관들이 다 외화벌이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내각도 무역성, 각도 무역국 산하 무역회사들이 있지만 특권 기관의 외화벌이에 비하면 비중이 얼마 안됩니다.

북한에서 제각기 돈주머니를 가지도록 만든 당사자는 김정일입니다. 김정일은 1974년 수령의 후계자로 등장한 후 당의 권한과 기능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당을 움직이자고 하니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당원들의 당비로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내각에 돈을 달라고 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자기의 돈주머니를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 5호관리소라는 명목으로 전국 각지에 당소속 외화벌이 기관들이 생겨났습니다. 당 기관 외화벌이는 권력을 이용하여 돈이 될만한 기업소들을 하나 둘 손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의 돈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중앙당 39호실도 생겨났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도 맑다고 김정일이 돈 모으는 모습을 본 간부들이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힘있는 기관들이 너도나도 기업을 만들어 돈벌이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자기 기관의 특성을 운운하며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내각의 통제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각 중심제는 지난 시기의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고 모든 경제단위들을 내각에 소속시켜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 정치체제하에서 그것이 가능한 지 의문입니다. 내각중심제를 실시하려면 우선 중앙당 39호실부터 내각에 소속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누가 감히 김정은의 39호실을 내각에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김정은의 기업은 없애지 않고 다른 특권 기관만 기업을 내놓으라고 하면 당장은 하는 시늉을 하겠지만 다시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현재 특권 기관 소속 기업들은 사회주의적 소유의 기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기관 소유와 개인 소유의 중간 쯤에 놓여 있는 과도적 형태의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권 기관 소유의 기업은 자본주의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돈을 벌지만 국가 기업은 사회주의 방식으로 운영되므로 돈을 벌기 힘듭니다. 특권 기관 기업소들을 내각에 소속시키면 공장이 효율적으로 가동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에는 적자기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기업을 일률적으로 내각에 소속시켜 국가가 경영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국가 기업과 사기업이 병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기업이 돈을 벌도록 만들고 세금을 통해서 국가를 운영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