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가족과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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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5월 16일은 성년의 날, 5월 21일은 부부의 날로, 가족과 관련된 날들이 다 5월에 모여있습니다. 남한에서 어린이날은 국가의 공식적인 휴일입니다. 이날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놀러가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금년에는 코로나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제한이 있었지만 그래도 공원과 유희장, 공공장소와 인터넷상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가 조직되어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즐겼습니다. 남한에서 어버이날은 공식적 휴일은 아니지만, 자식들이 이날을 계기로 부모를 찾아가거나 그럴 형편이 못될 때에는 선물을 보냅니다. 금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을 직접 찾아 뵙지 못하고 선물로 대신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에서 국가경제가 무너지고 개인들이 각기 알아서 살아가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의 생활에서 가족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아동절, 어머니 날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머니 날에 꽃을 선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고 아이도 적게 낳고 있어 가족의 해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인간에게 가족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가족애는 인간의 가장 강한 감정에 속합니다. 사람들은 기쁠 때도 가족을 찾지만 슬플 때, 가장 어려울 때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곳이 가족입니다. 그러므로 세계인권선언 16조 3항에서는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법은 가족을 우선합니다. 남한의 형법 제151조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범인의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은닉했을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특례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법은 국가를 우선합니다. 북한 형법 제71조, 72조, 73조는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에 대한 은닉, 불신고, 방임죄에 관한 조항인데 3~4년 이하의 교화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반 범죄를 은닉, 불신고하는 경우에도 1년 이하의 교화형을 부과합니다. 그런데 이 법 조항에는 가족특례조항이 없습니다. 범죄자와 부모, 자식 사이라고 해도 숨기거나 신고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가정보다 당과 국가가 더 귀중하다고 주민들을 교양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내세우는 모범사례에는 항일유격대원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유격대원이 임무를 수행하러 나왔던 길에 집에 들렸습니다. 그런데 형님은 동생이 잘못되는 것도 가슴 아프고 그로 인해 가족이 피해를 입는 것도 힘들어서 이제라도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자고 설득했습니다. 붙들고 놓아주지 않자 유격대원은 총을 뽑아 들었습니다.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은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다. 가족들은 무서워 그들 놓아주었고 그는 끝내 부대로 돌아왔습니다. 김정일이 들려준 것으로 알려진 이 이야기의 본질은 당과 국가를 위해서는 가족을 버리는 것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을 외면하고 당과 국가에 충성한다고 해서 늘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당국은 연좌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족구성원중 누가 죄를 범하면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가족들 모두 직위해제를 당하고, 오지로 추방되고, 정치범수용소로 실려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남북이산가족들이 겪는 이별의 고통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에 있어서 남북이산가족상봉은 필요할 때 써먹는 정치적 수단 외에 더도 덜도 아닌 것입니다.

결국 북한지도부는 가족을 체제유지의 수단으로 보고 이용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가족이냐 국가냐 하는 갈림길에 섰을 때 가족을 선택하는 북한주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