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국가의 감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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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국경 연선에 장벽을 쌓고 그 위에 고압선을 설치하는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1,500km에 달하는 북중 국경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계획 하에 군대를 동원하여 전 지역에서 동시에 공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1990년 이전만 해도 북중 국경에는 국경경비대도, 철조망도 없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마을이 접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강에서 같이 썰매를 타고 수영도 했고 간혹 국경을 건너와서 영화도 보면서 서로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붕괴, 연이은 고난의 행군으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굶주린 주민들이 북한을 탈출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통제로 그곳에서도 살기 어렵게 된 주민들은 남한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정부는 국경 봉쇄에 나섰습니다. 1990년 중반부터 국경경비대가 조직되어 주둔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철조망이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출현한 이후에는 북중국경통제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국경경비대 뿐 아니라 사회안전성, 국가보위성, 적위대를 모두 동원한 2중 3중 경비망이 형성되었고 고압전기철조망이 보강되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확산을 구실로 북중 국경 봉쇄는 더 강화되었습니다. 국경지역에 2km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거기에 들어서는 주민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사격할 데 대한 명령을 하달했는가 하면 지뢰까지 매설했습니다. 요즘은 그것으로도 안심할 수 없어서 콘크리트 장벽을 쌓고 그 위에 고압선을 설치한 견고한 물리적 봉쇄망 구축에 나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국경 봉쇄를 위해 철조망을 구축한 나라들이 더러 있습니다. 철조망을 구축한 이유는 한반도 군사분계선처럼 두 국가가 군사적으로 대치되어 있는 경우 상대방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이민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철조망을 구축하는 주체는 이민자가 유입되는 나라입니다. 중국도 북한주민의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북중국경일대에 철조망을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자기 나라에서 주민들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치는 나라는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북한은 남한과 접한 250km 전 구간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고 전후 간첩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동서 해안 전 구간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해안경비대를 배치했습니다. 거기에 국경까지 철조망으로 막았으니 북한은 사면이 철조망으로 막혔습니다. 게다가 사회안전성과 국가보위성, 당이 합동하여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외부정보 유입에 대한 통제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 방송을 시청하면 최고 사형까지 처하고 최근에는 청소년에게도 교화형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북한 땅은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느슨한 거대한 감옥이 되었습니다.

오늘 북한당국이 핵 보유국이 되었다고 자찬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체면도 고려함이 없이 무지막지하게 국경 봉쇄에 나서고 있는 것은 지도부의 체제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기간 북한은 남한이 세계화에 편승한다고 해서 미국과 일본의 신식민지로 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남북의 하늘과 땅 같은 차이는 폐쇄 정책과 개방 정책 중 어느 것이 더 옳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과 남한, 일본, 러시아 등 북한과 접하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발전한 국가들입니다. 북한주민들은 국가의 통제 속에서도 발전된 나라들과의 불법적인 접촉을 통해 세상의 문물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고 이는 북한의 변화에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북한당국이 이것마저 막아버리면 북한의 국력은 더욱 약화되게 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의 앞날은 날이 갈수록 더욱 암울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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