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반복되는 시장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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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시장을 축소하기 위해 통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는 사람을 50세 이상 여성으로 한정하는가 하면 시장개장시간을 줄이고 시장에서 공업제품판매를 중단하는 등 반 시장 정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 김정은정권은 국가제일주의 구호 하에 쇠약해진 국력을 추켜세우기 위해 방법을 모색해왔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 공업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농촌에서 포전담당책임제 등 경영활동에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경제관리방법을 도입했으나 별로 성과가 없었습니다. 국영경제가 너무 허약해져서 경제관리 방법의 개선만으로는 복구가 어렵게 된 것입니다. 체질이 극도로 약화한 기업을 되살리는 방법은 자금을 수혈하는 것인데 핵 개발, 미사일 개발에 전력하다 보니 대북제재가 더욱 강화되어 투자가 오히려 더 축소되었습니다. 거기에다 조금 있는 자금조차 평양 건설에 집중투자 하다보니 북한경제는 더욱더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지도부는 그 원인을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시장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압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축소하여 시장의 자금과 노력을 국가경제발전에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장경제는 국가 경제를 좀먹은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발전에 제일 기여한 경제입니다. 1990년 북한경제가 파산하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자 여성들은 시장에서 돈을 벌어 남편과 아이들을 먹여 살렸습니다. 덕분에 남자들은 월급도 배급도 주지 않는 직장에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시장에서 돈을 벌고 부를 축적하고 그를 재투자해서 규모를 확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부터 계속 시장을 허용하지 않고 통제하다가 2001년에 가서야 시장을 공식적으로 허용했습니다. 이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두려움을 느낀 지도부는 2005년부터는 시장억제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시장상인들의 연령제한, 시장 개장시간 제한, 시장을 농산물시장으로 축소하는 등 계속 압박하다가 2009년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 상인들의 돈을 회수하고 시장 철폐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화폐개혁의 실패는 시장을 강제로 없앨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화폐개혁으로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렇지만 국가는 공짜로 남성 노력을 부리면서도 1990년 이후 30년이 넘은 오늘까지도 국영 경제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 조건에서 시장경제만이 북한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확증해 주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에서는 비율은 다르지만 개인 기업과 국영기업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영기업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사기업은 이윤을 추구합니다. 국영기업은 공공의 이익을 보장해야 하므로 효율이 낮아도 운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 돈을 쓰기 때문에 각종 통제를 받으므로 기업책임자가 자율성을 발휘하는데 제한을 받게 되고 기업을 빨리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반대로 사기업은 이윤이 나지 않으면 기업이 파산하므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기업 소유자의 결심대로 경영할 수 있으므로 변화가 쉽고 빠른 발전이 가능합니다.

북한지도부는 시장경제와 국영 경제를 서로 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혁명 시기에는 개인기업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기업이라는 논리에 매몰되어 사기업에 적대적이었다면 지금은 사기업이 자기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대상이라는데 대한 두려움에 빠져서 개인기업들을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사실 주민들을 위해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발전에서는 좀 지장을 받더라도 자기들이 모든 기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이전 시기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 화폐개혁의 실패가 보여준 것처럼 다시 지난 날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