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살림집을 터는 도적들이 늘고 있습니다. 얼마전 개천시에서 진행된 공개재판에서 범죄자 21명이 처벌되었는데 그중 19명이 살림집 털이범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시기 북한지도부는 북한에 도적이 없다고 자랑했습니다. 시골에 가면 문을 잠그지 않고 다니고 논밭에 곡식을 세워놓아도 훔쳐가는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주민들은 도적 때문에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시장에 가서 조금만 각성을 늦추면 소지품을 다 도적 맞히고 집에 이중 삼중으로 관건 장치를 해도 털리기 일쑤입니다. 도적 때문에 돼지, 염소도 마음 놓고 기를 수 없습니다.
도적때문에 매순간 마음을 졸이는 북한과 달리 남한은 도적이 없는 나라로 세계에 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외국 사람이 남한주민들의 정직성을 실험해본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거리에서 지갑을 떨어뜨렸을 때, 카페에 핸드폰을 두고 갔을 때, 버스정류장에 배낭을 두고 갔을 때 등 별별 실험이 다 있는데 결과에 의하면 누구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영상을 본 외국사람들이 감동하여 쓴 글도 많이 올라 있습니다.
남북 주민은 같은 민족이고 우리 민족은 도덕을 매우 중시합니다. 그런데 북한에만 도적이 늘고 있는 것은 북한주민의 본성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북한에 도적이 많아진 것은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생계가 극도로 어려워지면 각지에서 도적떼가 창궐하곤 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도적이 급격히 늘어난 계기는 1990년 이후 고난의 행군 때부터였습니다. 공급이 끊긴 인민군대가 주민들의 재산을 무자비하게 털어갔고 사회에서도 급속히 늘어난 꽃제비들이 도적질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반대로 남한은 경제가 발전하여 생활이 넉넉해지면서 도적질을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도적질을 해 봐야 별로 크게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잡힐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이 훨씬 커졌습니다. 남한에서는 남의 물건을 집어가는 사람은 도적으로 증오 받는 것이 아니라 거지로 멸시 당하게 되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남한에 감시 카메라가 너무 많이 설치되어서 도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시카메라는 범죄 발생률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중국은 감시카메라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이지만 범죄발생율은 높은 나라에 속합니다. 남한에 도적이 적은 것은 감시카메라가 많아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높은 시민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남한에서는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이 문명해지면서 사회의 공동 질서를 소중히 여기고 그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부르주아사상의식에 물들어 돈밖에 모르기 때문에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선전하면서 사회주의사회에서 사는 인간들의 정신도덕적풍모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주의사회에서 사는 인간이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는 사람보다 별로 낫지 못하며 오히려 더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사회질서가 무너지는 현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그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8차당대회에서는 도덕교양을 사상 교양의 중요 내용으로 제시하고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양을 강화할 것을 과업으로 내세웠습니다. 동시에 주민들에 대한 법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형법에서는 개인재산을 훔친 죄는 1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순천시의 공개재판에서는 도적질에 대한 형량을 무겁게 적용했습니다. 살림집을 털다가 집 식구에게 발각되자 각목으로 머리를 후려쳐 중태에 빠뜨린 범죄자는 상해죄 5년을 첨부해서 6년형에 해당하는 교화형을 받아야 하지만 10년의 교화형을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사상교양이나 통제로 도적을 없앨 수 없습니다. 도적을 없애려면 법적 통제보다 경제적 발전이 필요하며 혁명사상보다는 시민의식이 높아야 한다는 것을 남한의 사례가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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