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지도부가 청년들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남한 말을 막기 위해 남한 말을 따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는 영상물뿐 아니라 남한 말투나 창법 사용도 처벌하는 조항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반도의 분단이 70여년 넘게 지속되면서 남과 북의 언어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남북이 갈라지기 전 한반도에서 표준어는 ‘서울말’이었습니다. 해방 후와 전쟁시기 남한의 많은 인텔리들이 북으로 들어갔습니다. 60년대 초만 해도 북한 문학예술분야와 방송분야에는 남한 출신이 많았고 방송원들이 서울말을 적지 않게 쓰다 보니 남북의 언어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를 전후한 시기 남한 출신 인텔리들을 대부분 숙청하고 ‘평양말’을 표준말로 정하면서 남북의 말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2000년 이후 한반도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남북 교류가 시작되었고 남한으로 오는 탈북자가 늘어났습니다. 북한청년들은 남한 드라마와 영화에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남북의 말이 조금씩 섞이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란 단어는 북한에서 만든 단어이지만 남한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신문 기사 제목에 ‘고난의 행군’이란 단어가 나오고 주민들도 어려움에 처하면 고난의 행군을 한다고 말합니다. 남한에서는 남북의 언어 차이를 연구하고 그를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통일교육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남한 말을 연구하거나 가르치지 않지만 청년들 스스로가 남한 말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남북의 말이 이렇게 섞이는 것은 통일을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김일성은 1964년 언어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어를 발전시키는 데서 첫번째로 고려해야 할 상황은 통일”이라고 했습니다. “언어는 민족을 이루는 중요한 징표이며 언어가 달라지면 민족이 영영 갈라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자 개혁을 하자는 학자들의 제의에 대해 논의하면서 “남과 북이 글이 다르면 통일을 한 후에 서로 글을 읽을 수 없게 될 것이므로 문자 개혁을 해도 통일 이후에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청년들이 남한 말을 따라하는 것은 북한에서 법으로 되는 선대 수령의 ‘교시’에 위반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는 남한 말을 쓰는 청년들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처벌하는 이유는 남한의 말투와 서체가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과 풍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청년들이 가장 많이 쓰는 남한 단어는 ‘오빠’, ‘남친’, ‘쪽팔린다’, ‘있잖아’ 같은 일상 생활 용어들입니다. 이러한 단어가 부르주아와 연결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억지입니다.
북한지도부가 남한 말을 쓰는 청년들을 처벌하는 근본적 이유는 남한으로 쏠리는 청년들의 마음을 막으려는 데 있습니다. 북한 청년들 속에서는 남한 말 따라하기가 시작된 것은 2000년 이후부터입니다. 북한청년들은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지금까지 목격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북한처럼 영화나 드라마는 현실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달라도 너무도 북한과 달랐습니다. 오직 당과 혁명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만 등장하는, 딱딱한 북한드라마와 달리 남한드라마는 개인적인 욕구를 가진 인간들의 실패와 좌절, 성공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한의 도시와 마을은 너무 발전된 곳이었습니다. 사람들도 너무 신사처럼 보였습니다. 새 것에 민감한 청년들속에서는 남한에 대한 환상이 자라났고 남한 말 따라하기가 유행이 되었습니다.
언어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국가는 언어를 장려할 수는 있어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의 언어 통제는 독재국가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북한청년들의 남한에 대한 환상을 막으려면 강제로 통제할 것이 아니라 북한을 발전된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의 발전에는 물질적 발전 뿐 아니라 문화적 자유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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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