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간부능력은 나눗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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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김정은은 평양종합병원건설장을 지도하면서 건설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다고 대노했습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연합상무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각종 지원사업 장려로 주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씌우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내버려두면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되고 당의 영상에 흙탕 칠을 하게 될 수 있다”면서 “자재 수급 차질에 책임 있는 간부들을 전부 교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원래 북한주민들은 간부들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 북한 간부는 성분 위주로 선발하는데다가 하는 일 역시 실력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간부의 창의성은 오히려 본인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간부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이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됩니다. 시키는 일은 위로부터 부과되는 각종 과제입니다. 간부는 위에서 과업을 받으면 그 과제를 산하 기관이나 주민들의 숫자로 나누어서 부과하고 그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독촉하면 됩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간부는 나누기만 잘하면 된다고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간부들의 나누기가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나누기를 해야 하는 과제가 도시미화, 도로와 철길 보수, 농촌지원 등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주민들이 잘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누어주고 집행을 독촉하면 힘든 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중앙당이 나누기를 하고 있습니다. 중앙당에서 나누기를 하는 대상은 너무 아름찹니다. 삼지연건설, 원산갈마유원지건설, 평양종합병원건설 같은 대규모 건설이 나누기 대상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창전거리 건설을 할 때부터 건물을 단위별로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건설해야 할 대상의 설계도만 주고 무조건 언제까지 완성하라고 내려먹였습니다. 거기에 드는 돈은 알아서 대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창전거리 건설은 처음이다 보니 산하에 외화벌이사업소를 가지고 있는 소위 ‘힘 있는 기관’들인 인민무력성, 금강관리국, 대외건설지도국, 청년동맹 등이 맡아 수행했습니다. 당시 이 기관들은 산하 외화벌이 회사들이 번 외화로 필요한 자재를 사서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힘 있는 기관이라 해도 계속되는 대규모 건설 과제를 다 맡아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국가건설과제를 힘 있는 기관들 뿐 아니라 내각 각 부처와 각도도 맡아 하고 있습니다. 각 단위에서 과제를 맡으면 필요한 노력과 그들의 이동과 숙소,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맡은 건물을 올리고 마감하는 데 필요한 자재까지도 다 맡아야 합니다. 위에서는 건설을 세계적인 수준에서 하라고 합니다. 그러자니 인테리어에 필요한 자재를 수입하는데 드는 달러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종합병원건설도 각 도들까지 과제를 할당받았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각 도 깃발을 단 종합병원건설장에 보내는 지원물자를 실은 대형차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차에 실은 물자는 주민들에게서 모았을 것입니다.

원래 국가건설이란 국가예산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예산도 없으면서 국가건설을 벌여놓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반주민들이 노력동원의 부담 뿐 아니라 재정부담까지도 걸머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간부들의 사취까지 보장해야 하니 주민들의 부담은 배가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월급도 거의 없이 일하는데 도리어 돈을 바쳐야 하니 그 부담이 고스란히 시장에서 돈을 버는 여성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부담시킨다고 간부들을 해임까지 시켰지만 간부들은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 속으로 반문했을 것입니다. 사실 책임은 예산도 없으면서 막무가내로 건설을 벌여놓은 당사자가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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