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앙텔레비전 방송과 노동신문은 21일 김정은의 평양 보통강변 다락식주택구 건설 현장 현지지도 소식을 내보냈습니다. 보통강변에 일떠서는 아파트의 내부는 남한의 아파트 못지 않았습니다. 살림집의 면적도 매우 넓었고 거실, 침실, 부엌 등에 설치된 가구들은 외형상으로 남한의 가구들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한편 8월 초 중앙텔레비전에서는 지붕만 남기고 물에 잠긴 주택들과 떠내려가는 다리, 무너진 도로들과 물에 잠긴 논밭 등 수해피해 상황을 내보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함경남북도의 곳곳에서 폭우가 이어지면서 주민 수천 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수천 세대가 침수됐다고 합니다. 평양의 고급 아파트 지역과 수해피해지역의 모습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북한에는 평양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양공화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를 풍자한 것으로 평양만 우대하는 북한의 실상을 담은 단어입니다. 북한에서 평양과 지방은 서로 다른 국가로 보일 정도로 경제 문화적 차이가 큽니다. 1960년대만 해도 평양과 지방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평양 건설만 일방적으로 다그치면서 점차 평양과 지방의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김정은 정권에 들어와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1990년대부터 전국의 건설이 멎다시피 해서 모든 도시가 노후화된 상황에서 평양 건설만 세계적 수준에 맞추어 추진하다 보니 평양은 현대적 도시로, 지방은 1960년대 도시로 고착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평양의 발전이 지방주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국가재정의 대부분을 평양에 투자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지방의 노력과 자원을 평양 건설에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나라에서 재원을 평양에만 집중 투자하다 보니 지방은 돈이 없어 수해피해대책마저 제대로 강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작년에 피해를 입은 지역이 올해도 또다시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지방에서 일을 잘 하지 못했다고 닦달했지만 시멘트와 철근을 비롯한 자재가 부족한 조건에서 수해방지대책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올해 수해복구에 필요한 자재도 중앙에서는 절반만을 대주고 나머지는 지방의 힘으로 보충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세외부담을 없애라고 지시했지만 지방에서는 세외부담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평양의 고급주택가를 현지지도 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면서 수해피해를 입고 한지에 나앉은 주민들은 인민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도시가 비대해지고 사람과 부가 집중되는 것은 막을 수는 없습니다. 남한에도 서울공화국이란 말이 있습니다. 서울시의 인구는 1000만이 넘고 중요한 기관과 부처, 나라의 재화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서울공화국은 주민들의 자발적 욕구과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서울은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장을 얻기도 쉽고 월급 수준도 높고 학교와 대학의 수준도 높습니다. 게다가 남한에서는 누구든 서울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 주민들이 너도 나도 서울로 향하는 바람에 도시가 커지고 커진 도시는 다시 사람을 유인하는 요인이 되면서 서울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평양공화국은 지도부의 의도적 정책의 결과로 생겨난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나라의 모든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 평양에만 집중하자. 평양 주민만 있으면 정권을 지킬 수 있다. 평양만 멋있으면 체면도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를 동원하여 평양만 건설하고 평양 주민들에게는 배급, 각종 서비스, 상품 공급에서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외면하는 지방은 금년에도 피해복구를 허술하게 할 것이고 주민들은 계속되는 자연의 광란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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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